
[헬로우 블랙잭]의 성공 이후로 각 전문직 분야에 침투한 양심적인 신참들의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이 줄줄이 나오는 가운데 [법 앞에 평등하라]는 그중 법조계를 타겟으로 삼고 있다. 물론 [헬로우 블랙잭]처럼 초짜와 고참 간의 갈등과 서류와 현실 간의 갈등, 말과 행동 간의 갈등과 같은 전형적인 패턴을 따르고 있지만 여기서 의료업계와 법조계가 다른 점은 생명을 구한다 라는 의료업계의 대의에 비추어 편갈라서 싸운다 라는 법조계의 모양은 아무래도 그 감동의 정도가 덜할 수밖에 없는 것. 작화상으론 내내 부담가는 얼굴뎃셍과 어깨를 움츠린 듯 세우고 있는 듯한 인물들이 보여주는 거부감을 이겨낼 수 있다면 장르물이 기본으로 지켜주는 재미는 보장하는 편.

유시진의 작품들에서 보여지는 국내 순정만화에선 쉬이 찾아볼 수 없는 진지한 뎃셍이라든지 여러가지 차원의 소재들을 추구하는 실험정신은 참으로 맘에 드는 바이나 일단 캐릭터 면상에서 정감이 안 느껴지고 동선에서의 뻘쭘함이 자꾸 눈에 띄니.... 그 이야기에 좀만 작화적인 면에서 진화했으면 하는 바램이랄까. [그린빌에서 만나요]는 1권은 괜찮았으나 2권은 상당히 루즈해져버린 기분인지라 3권에서의 뒤집기를 기대해보는 상태.

안노 모요코가 이제는 게임개발자를 꿈꾸는 모양. 여성용 하렘형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딱인 내용과 설정들. 소녀만화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무난하겠지만 안노 모요코 특유의 독설과 센스있는 오버액션을 기대했던 이라면 이 작품은 [트럼프스]의 악몽을 떠올리게 만들어줄 것이다.

내가 이 책을 보면서 왜그리 혼란스러워해야 했는지 어느 정도 눈에 익은 다음에야 깨달았다. 말그대로 혼돈스러운 개념설명들과 순서들. 문장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