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노미야 토모코는 말하자면 수다쟁이이자 만담가이다. 경제계, 농촌, 클래식음악계를 다뤄온 그녀의 만화는 너무 전문적인 분야라서 완전하게 접하거나 이해하긴 힘든, 하지만 대중적인 측면에서 얕은 정도의 이해 가능범위 내의 설득력 있는 파급력을 가진 소재들을 쓴다. 그 중심에 서있는 것이 바로 천재라는 키워드. 그래서 그녀의 시선은 그 엄하고 전문화되었으며 알 수 없어서 매력적인 세계를 바라보는 동경과 그것에 대해 마구 떠들고 싶어하는 수다쟁이의 태도가 합쳐져있다.

니노미야 토모코를 국내에 처음 소개하게 만든 작품이자 그녀의 첫 장편 연재작. 자로 잰듯한 천재와 나사가 열개쯤 빠진 천재의 대립각이란 설정에서, 이후 그녀의 만화의 원형을 발견할 수 있다. 무척이나 유쾌하고 왁자지껄하지만 나사가 열개쯤 풀린 의동생의 역할이 너무 작았고 뒤로 가면서 먼치킨에 가까운 기업물이 되버려서 그 어중간함과 부실함이 안타까웠던 만화. 이 작품의 상업적 성공을 발판으로 그녀는 고단샤로 이적한다. 국내에선 곧 애장판이 발간될 예정.

[그린]에서 우리는 노다메의 전신을 만날 수 있다. 전작의 나사 풀린 청년이 여자로 성별을 바꿨다는 점에서 작가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작품에 등장할 두 이성 캐릭터가 일으킬 화학반응이 남+남 보다 더 짜릿할 거란 걸 직감한 모양인 듯. 다만 여기서 나오는 히로인은 별 능력은 없고 오로지 남자한테 반하는 재주만 가졌다. 도시처녀가 훤칠한 농촌 총각에게 빠져서 얼결에 농촌에서 살게된다는 이야기. 후카다 쿄코가 주연한 드라마로도 유명. 전 4권으로 구성면에선 갈등의 해결이 다소 손쉽게 진행되어 캐릭터의 활용이 아쉬운 경우가 몇 있는 탓에 전작처럼 마무리가 영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역시나 유쾌한 코믹드라마.

작가의 만화인생에 있어서 가장 찬란하게 빛나고 있을 터인 [노다메 칸타빌레]. 진부할 수도 있는 대립각, 음악을 만화로 표현함에 있어서의 한계, 반복되어온 설정 등등은 시원시원한 연출과 센스있는 개그로 저멀리 날려버리고 있다. 도식화된 대립각은 보편적인 드라마의 형성으로 독자를 끌어들이고 있고 음악을 만화로 표현한다는 것은 되려 표현되지 못하기에 보는 이에게 상상력의 자극을 주며 반복되어온 설정은 보다 단단하게 발전하여 전작들의 다소 부실했던 부분들을 메꿈으로써 더욱 매력적인 만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덧붙여 음악의 감동을 표현할 수 있는 건 음계의 변화 패턴을 설명하는 수학적인 용어들이 아니라 언어의 수사인 것. 따라서 이 만화가 가장 수다스러우며 가장 니노미야 토모코라는 작가다운 만화가 되리란 건 예정된 일이었다.

...그리고 요즘은 이걸 구하고 싶은데.... 표지만 봐도 알겠지만 작가의 술과 관련된 일상을 다룬 술주정뱅이 만화 단편집. 만화에서 불쑥불쑥 볼 수 있는 아저씨스러운 연륜은 아마 이런 생활에서 비롯되는 것인가.... 수입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