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자면 예고편에서부터 영화에 대한 기대가 쏙 떨어지게 만든, 참으로 드문 영화였기 때문에 본편은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고 봤다. 그랬는데.... 기대를 전혀 안 하고 봤기 때문인지 의외로 그럭저럭 볼 수 있었다. 물론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대로 이 영화는 도대체 어디에 주안을 둬야 할지 난감한 영화다. 영화의 스펙터클은 이런 류의 대하서사물에선 드물다 싶을 정도로 박진감이나 쾌감이 거세되어 있고 극적 드라마를 위해 음모론적 시각이 배치된 말미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맞먹는 긴장감을 보여준다. [JFK]에서의 정신 없지만 박진감 넘쳤던 전개나 심지어 [닉슨]에서조차도 그 지루했던 인물의 생애를 그리는데 있어서 압도적인 극 장악력을 보여줬던 올리버 스톤은 어디로 갔는지 과잉의 미학을 지향하던 그의 손길은 이 영화에선 더없이 억제되고 신중하려는 '척'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태도는 영화의 호흡이 무척 쳐지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보는 이가 완전하게 이해하기 힘든 알렉산더의 끝없는 정복욕이란 것도 결국 그 해답을 찾으려면 여기서 거의 완전한 인간으로 그려지는 알렉산더의 인류애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그런 낭만적인 시선이 거부감으로 작용해서인지도 모르겠다.

http://music.bugs.co.kr/Info/album.asp?cat=Base&menu=m&Album=26284

글쎄.... 영화를 저리 봐서 그런지 사운드트랙도 흐음.... 반젤리스가 맡은 만큼 기본기 이상은 해주겠다 싶었지만 사방에서 쏟아지는 상찬에도 불구하고 나에겐 그냥 기본기 즈음으로 들려왔다.

그리고 진짜 얘기하고 싶었던 건 이것. [기생수]의 이와아키 히토시가 [칠석의 나라] 이후 드디어 장편 연재로 개시한 [히스토리에]는 작가의 역량을 증명하듯 근간에 나온 만화들 중 최고 수준의 가독성을 자랑한다. 알렉산더의 서기관이었고 알렉산더 사후 그의 제국을 놓고 부관들과 싸웠던 에우메네스를 주인공으로 만들어낸 이 매력적인 이야기는 작가가 전작들에서는 인간과 괴물의 경계로 풀어냈던 인간의 야만성에 대해서 보다 무게있는 접근을 시도하며 [알렉산더]와 그 지향점은 공유하지만 완전히 반대되는 지점에서부터 풀어나가는 보다 극적인 드라마이자 흥미있는 고찰이기도 하다. 만약 당신이 아직 [알렉산더]를 보지 못했다면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추천하고, 남는 시간에는 이 만화를 보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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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5-07-16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스토리에,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