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미코토의 전작인 [천연소재로 가자]를 보면서 막연하게 느꼈던 무언가. 그것은 이 작가가 지극히 소녀스러운 감수성으로 만화를 그리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여전히 1년에 한 권을 내면 다행인 엄한 속도의 소유자인 이 작가의 후속작은 전작보다 더 개그스러운 성향이 늘어난 스탠다드형 코믹 순정물을 보여주고 있지만 특유의 소녀적 감수성은 여전하다. 도입부에서 나오는 말, '너무 평범해서 지루하거나, 혹은 너무 이상하거나, 둘다 싫다. 세상엔 왜이리 중간을 찾기 힘든 걸까'.

글쎄, 이렇게 대놓고 자신의 생각을 밝힌 그녀가 바라는 지점은 쿨하면서도 천박하지 않고 깔끔한 정신상태를 유지하는 가운데 에로스적 풍미가 거의 느껴지질 않는 연애담일 것이고 만화 자체가 가는 지점도 바로 그러하다. 이미 안노 모요코가 깽판을 친지 오래인 이 시점에서 그런 정신상태는 쌍팔년도적 고루함의 혐의를 벗기 힘들겠지만 [애소녀]라든지 [꽃이 되자] 같은 엉망진창의 섹스순정물이 범람하여 [코믹마스터J]에서조차도 '시작 후 10페이지도 넘기기기 전에 섹스섹스섹스 거린다' 는 탄식을 뽑아내게 만든 근간의 일본순정만화계에 비추어선 제법 신선하고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문제는 그 깔끔함 때문에 되려 여기서 나오는 인물들이 썩 정상적으로 보이진 않는다는 점이지만. 덕분에 즐겁게 읽고 있는 중이다.

시바 료타로의 글은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작업실로 향할 땐 트럭 하나에 가득 자료를 실어서 가곤 했다는 얘기처럼, 그의 소설은 방대한 정보를 통해 얻어낸 객관적 판단을 근거로 한 사건의 재구성 및 그에 대한 지나치게 자신있는 평설에 기초를 두고 있다. 그런데 그 글의 흐름은 썩 부드럽지 않고 마치 중간중간 뭉터기로 잘라내 배치한 것처럼 툭툭 내 눈 속으로 튀어 들어온다. 이것은 번역자가 바뀌었음에도 [료마가 간다]에서부터 [세키가하라 전투]와 [탐라기행], 그리고 이 [막말의 암살자들]에 이르기까지 바뀌지않고 지속되는 사항이다. 혹자는 그의 이런 문체를 간결함으로, 대중소설로서의 흡입력을 갖춘 문체로 이해를 하지만 나로선 어지간히 산만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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