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일터로 나와보니 쉬하이칭이라는 대만의 조폭 두목이 저세상으로 갔다는 기사가 수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자 대뜸 떠오른 만화, 키리코.
키바 코이치가 만든 이 만화를 처음 접했던 게 대학 들어갈 즈음이니까 어언 6년 전 99년. 5권 완결.
왜 이 만화가 떠올랐는가 하면 여기서 나오는 주요배경이 대만과 태국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쪽이고 이야기의 핵심에 서있는 캐릭터중 하나가 저 쉬하이칭이라는 대만 조폭 두목을 모델로 한 듯한 대만의 천년방 보스 진영인이기 때문. 158에 35KG라는 쉬하이칭의 왜소한 몸집과 정부요인으로 일했었다는 점에서도 그 묘사가 일치한다.
여성암살자 키리코와 그녀에게 형을 살해당한 형사 아키라와의 죽고죽일 듯한 만남을 중심축으로 하여 둘의 사랑....과 주변에서 벌어지는 음모와 살육극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그 기저에 깔린 정서가 무척이나 거친 만화였다. 메마른 게 아니라 동물적이고 본능적이라는 의미에서 무척이나 질척한 느낌을 주는. 이 만화가 그리도 거칠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은 혈통과 섹스, 피와 살인이라는 원시적 키워드들이 고층빌딩과 자동차로 뒤덮힌 현대에서도 별 달라진 것 없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걸 여과없이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그 폭력적인 정서가 상당히 맘에 들었건만, 뒤로 가면서 제대로 주체를 못해서 결국 비실비실한 결말을 보여준 안타까운 작품.

후속작인 큐리오다이버는 여성캐릭터의 색기 넘치는 작화는 한층 탁월해진 반면 정작 내용은 더 밍숭맹숭. 다이버라는 직업에 대한 보다 특화되고 구체적인 이미지의 제시가 필요했는데 그게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