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usic.bugs.co.kr/Info/album.asp?cat=Base&menu=m&Album=3638

90년대 말은 소위 엽기라는 키워드가 그 트렌드를 드러내던 시절로, 시대의 흐름에 치열하게 뒤쳐지는 본능을 가진 나로선 비스티 보이스의 뮤직비디오나 홍대 인디씬의 실험적인 시도들에 '엽기'라는 딱지가 붙어서 사람들에게 즐겁게 회자되던 것을 당최 납득할 수가 없었다. 나는 '엽기적이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조차 싫어할 정도였는데 고백하자면 그런 일련의 현상들에 대한 놀람, 혹은 유희적 태도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물론 그 모든 현상들은 즐거운 것이긴 했지만 결정적으로 내 눈엔 그런 것들이 전혀 새롭게 보이지 않았던 것이 금욕적 태도에 내적인 정당함을 부여해줬다. 그런 류의 세상의 호들갑은 나름대론 진지했던 실험들을 개그콘서트의 한자락으로 실추시키기 일쑤였고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들이 엠티비의 방법론으로 흡수된 것처럼 빠르게 주류의 한자락으로 흡수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지겨워서라도 엽기적이란 표현을 안 쓴다.

마키하라 노리유키를 처음 접하게 된 것도 그런 맥락에서였는데 이 앨범에 실린 'hungry spider'의 뮤직비디오가 비록 소수의 인구지만 적극적으로 회자될 정도로 대중적 '엽기'의 기준에서 걸출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것을 엠티비에서 먼저 접할 수 있었는데 뮤직비디오도 뮤직비디오지만 노래 자체가 가지는 흡입력에 반해버렸다. 생긴 건 고릴라처럼 생겼지만 상당한 미성의 소유자라는 점이 그가 가진 소위 '엽기성'에 가속을 달아준 것이겠지만 그는 스마푸의 '괴물꽃'과 같은 노래들을 만들어낼 정도로 대중적 감각이 탁월한 음악가다. 이 앨범 또한 사탕발림이란 것이 무엇이지 확실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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