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짧은 견문이지만 감히 말하자면 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근대소설들과 모더니즘의 기운이 담긴 소설들이 좋다. 물론 제임스 조이스처럼 난감한 작가들도 떡하니 버티고 있는 것이 그 시기이지만 좀더 세세하게 들어가자면 19세기 전반의 탐미주의적 고딕 호러 소설들과 에드거 앨런 포에서 시작되어 제임스 조이스로 완성되기 바로 전인 딱 그 시점이 나의 취향인 영역이다. 그 시절의 소설들은 단아한 서술과 설명, 그에 대비되는 현란한 수사가 동반되는 대사들이 대치하는 가운데에서 기괴한 환상과 일상 속에 가두어진 욕망이 발전한 음침한 광기들의 꿈틀거림이 느껴진다.
오늘 도서관을 갔더니 이 책이 나와있었다. 어느 출판사, 어느번역자에 의한 것인지는 급한 마음에 알 수 없었지만 2004년 12원에 나란히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걸 보니 100년이 지난 다음이라 판권 문제가 크게 걸리지 않는 영역에 속하게 됐나 보다. 셔우드 앤더슨은 에드거 앨런 포와 제임스 조이스의 사이에 위치하여 그 둘의 가교를 잇는 모더니즘의 중반을 장식했던 인물이다.
몇 년 전에, 딴에는 영어공부를 해본답시고 펭귄북스에서 나온 원어판으로 구입하여 프롤로그라 할 수 있는 [괴상한 사람들에 관한 책] 파트를 낑낑대면서 번역하고는 집어던진 기억이 난다. 그때나 지금이나 게으름은 천적이야 천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