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충하고 고전적인 느와르 스타일에 세개의 이야기가 복합적으로 맞물려있다니 어지간히 복잡한 플롯의 영화일 것이라고 짐작했던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야기는 상당히 단순명쾌하며 각각의 이야기들은 펄프픽션 정도의 연계성도 가지지 않고 있고 또 하나는 우중충한 건 사실인데 거의 고어영화에 육박할 정도로 절단과 파열의 이미지가 가득하다는 점에서였다. 굳이 강도를 따지자면 킬빌 vol.1 보다 좀더 심한 수준.

신시티라는 맛이 간 도시에서 생계를 연명해가는 인물들이 도시를 지배하는 또라이 가문인 루크 3대와 이모저모 얽히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브루스 윌리스와 미키 루크가 메인이 되어 이끌어 나가고 클라이브 오웬은 별개의 이야기에서 자신의 소명을 다한다. 여기 나오는 주인공들은 반쯤은 초인이라고 봐도 좋다. 총을 맞고 칼에 찔리고 쉴새없이 얻어터져도 웬만해선 죽지 않는다. 그러나 죽음은 그들의 삶에서 이미 예정되어 있는 것. 그 시간이 빠르냐 느리냐의 차이일 뿐이다.

게스트 디렉터로 참여한 타란티노의 입김이 곳곳에서 느껴지고, 만화책을 그대로 옮겨내겠다는 로드리게즈의 시도는 매력적인 비주얼과 흡입력 있는 이야기로 나타나 제법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쏟아져 나오는 A급 배우들의 향연이 이 영화의 스펙터클인 셈인데 영화가 영화인만큼 그냥 스쳐지나가버리는 배역들도 많거니와 이미지가 산산이 깨져버리는 배우들이 여럿 된다. 특히 엘리야 우드.

중요한 건 로드리게즈의 영화 중에선 [엘 마리아치]를 제외하고 가장 재밌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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