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45 [the craving]

철없던 고등학교 시절, 메가데스류의 음악을 듣고 싶었고, 부클릿이 맘에 들었을 뿐으로 구입했던 이 앨범의 존재는 영 버거운 것이었다. 멍청했던 난 펑크와 브리티쉬 메탈에 대한 경배로 가득한 이 앨범의 스타일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저 스래쉬 메탈답지 않게 밍숭맹숭한 음악으로 차 있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머스테인에 관한 것이라면 이것저것 다 모으던 양모씨의 되팔라는 제안에 내 손은 뻔뻔하고 부끄럽게도 스스로의 무지를 선언하는 우매한 실수를 저지르고 만 것이었다.

그이후, 어떻게든 귀에 익숙하게 만들려고 질리도록 들었었기 때문에 이 앨범이 들려줬던 음악들은 뇌 한구석에 박혀있다가 가끔씩 시도때도 없이 튀어나오곤 했었다. 그렇게 오래된 재생기의 영 변변찮은 재생능력은 점점 내가 한 실수에 대한 자각을 갖게 만들어줬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 난 내가 실수를 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시디로 구할 수 없었다. 1996년 발매라는 제법 오래된 시간과 프로젝트 그룹이었다는 한정성, 무엇보다도 더럽게 안 팔렸다는 사실 때문에 이 앨범의 존재를 기억하는 이조차 찾기가 힘들었다. 재고야 기대조차 안 가는 상황이었고 중고 앨범 시장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었지만 여러 중고 앨범 가게를 돌아다녀봐도 이 앨범의 존재를 찾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던 중 데이브 머스테인이 이 앨범의 리마스터링 앨범을 내놨다는 것을 알게됐다. 리마스터링이라, 오호, 드디어 구할 수 있겠군... 이러고 있는데 보컬은 머스테인.... 원앨범의 보컬이었던 리 빙의 목소리를 빼버리고 자신의 목소리로 모조리 바꿔버리겠다는 것이었다. 난 들어보기도 전에 실망했다. 머스테인의 목소리로 원 앨범의 보컬인 리 빙의 파워풀한 보컬 스타일을 대체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머스테인은 결국 해냈고 결과는 역시였다. 3번 트랙인 'fight hate'만 들어봐도 머스테인의 목소리는 리 빙의 거친 훅과 샤우팅을 못 따라간다. 나는 결국 당나구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 넓은 네트 안에서 단 한 명이 가지고 있는 앨범 zip 파일을 발견하고 다운을 걸어놓길 어언 3개월. 드디어 어제 새벽, 파일 마지막 파트의 전송이 끝났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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긁적긁적 2005-03-25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물나도록 축하허네.

hallonin 2005-03-26 0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큰한 감동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