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시절의 어느 때부터, 나는 김동률과 이적의 노래들'만' 부르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희안한 일이다. 창법에 있어서 극단적으로 고저의 양쪽을 대표하는 두 가수에게 노래부르기의 입장에서 끌렸다는 것은. 그러나 그들이 갑자기 뭉쳐서 카니발을 만든 것처럼 나는 계속, 그렇게 그들의 노래만 불렀다. 특히 김동률. 내가 가사를 외우는 몇 안되는 노래들 대부분은 전람회와 김동률의 노래들이다.

김동률의 목소리가 경이로운 것은 분명히 저음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음에도 그 저음의 목소리 그대로 고음으로 올라간다는 점에서였다. 더군다나 흐트러짐 없이. 나에게 있어서 김동률의 노래들을 소화하느냐 마느냐의 관건은 높은 영역에서 목소리가 흐트러지느냐 마느냐의 문제였다. 본래 얇은 톤의 목소리를 가진 나로선 그런 중저음을 유지하면서 위쪽까지 제대로 된 발성인 채로 끌어올린다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물론 창법이 똑같아야 한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김동률 자신도 라이브에서 스튜디오 앨범과 똑같이 부르지 않는다. 온전히 나자신이, 스스로의 목소리를 가지고 그 부분을 소화해내기에 있어 납득할만 한 결과를 내야한다는 점에서, 김동률이 부르는 부분들에 대해서 좌절할 때가 있다. 그의 노래를 부르다보면 내가 아직 내 목소리조차 제대로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특히 김동률 3집의 10번 트랙, '귀향'은 일종의 도전이다.

 

 

 

정작 스튜디오 앨범의 노래들은 줄창 따라불렀으면서도 콘서트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에게 이번에 나오는 라이브 앨범은 24000원이란 의미에서, 그리고 디비디라는 점에서 그림의 떡-_- 그래도 구하고는 싶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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