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usic.bugs.co.kr/Info/album.asp?cat=Base&menu=m&Album=19488

스톤 템플 파일럿츠의 데뷔앨범을 손에 쥐게 된 것은 펄잼 3집으로 얼터너티브를 오해한 다음 한참을 돌아서 다시금 너바나가 듣고 싶어졌을 때, 너바나를 접하기 전에 선택한 그런지 밴드로서의 결과였다. 그런지붐의 막바지 수혜자인 그들의 1집은 700만장을 팔아치웠지만 비평가들에게 너바나와 펄잼의 짬뽕 아류 밴드라는 악평을 받아야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내 'Plush'는 내 입가를 멤도는 단골송 중 하나가 되었고 이들의 'Creep'은 라디오헤드보단 못하지만 나쁘지 않은 중독성을 보여주는 괜찮은 노래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악평을 무너뜨린 것은 밴드의 진화에 따른 결과였다. 이들은 얼터너티브 광풍 속에서 살아남은 다른 현명한 밴드들처럼 그런지라는 틀 안에서만 머무르려 하지 않고 그것을 바탕으로 더 넓은 영역의 음악들을 자신들의 틀 안에서 녹이고 가공했다. 다만 그런 음악적 성과들에 반비례해서 붙여진 지저분한 딱지는 메가데스의 데이브 머스테인이 겪은 것과 마찬가지의 길, 보컬인 스캇 웨일랜드의 중증 약물중독과 그로 인해 망가져가는 밴드활동이었다.

스톤 템플 파일럿츠의 음악은 이미 1집서부터 너바나보다는 세련되며 펄 잼보다는 젊은 에너지를 보여줬었고 그런 태도는 이후로도 계속된다. 밴드가 사양길을 걷기 시작한 시간 또한 얼터너티브의 몰락과 궤를 같이 하지만 너바나는 부서지고 푸 파이터스와 펄잼은 보다 전통적인 모던록을 지향하게 되며 대부분의 시애틀-그런지 밴드들이 사라져버리는 와중에 그들의 음악은 너바나가 몰아부친 그런지의 틀 속에서 발전이란 것이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하는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그런지씬의 마지막 적자, 혹은 복권된 탕아로 보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