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티시즘
김영애 지음 / 개마고원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간단하게 말하자면 저자가 머릿말에서 밝힌대로 이 작품은 해설서다. 프레이저가 <황금가지>에서 사용했던 방법론처럼, 대상에 대한 평이한 서술이 개개의 큰 주제에 맞춰서 풀이되고 있는 이 책은 중요하게 언급하는 대부분의 미술작품을 현대미술에 맞추고 있다. 이것은 페미니즘이라고 불리는 여성성의 자각이 하나의 운동으로 갖춰지기까지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등장을 기다려야 했던 예술 전반의 상황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언급되는 미술들이 비록 현대예술이 주종이지만 그뿐만 아니라 예술적 계보도를 탐색하기 위해 과거의 작품들에까지 소급되 올라가는 걸 감안하자면 일련의 남성 예술가들에 의해 창조된 과거의 작품들이 가지는 원초적인 남성 욕구 지향적인 에로티시즘의 발현들을 '페미니즘'이란 시각에서 제대로 다뤄본다는 건 무척 힘든 일이라는 것은 예상된 바였다. 그래서 페미니즘+에로티시즘이란 뜻에서 만들어진 제목은 너무 과욕이 아니었나 싶다. 작가가 여자일 뿐이지 페미니즘적 시선에 대한 본격적인 담론을 통해 예술이 다뤄지는 것은 마지막장에 이르러서이기 때문이다. 그곳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예술품에서의 에로티즘적 코드들이 등장하고 그에 대한 해설이 덧붙여지지만 그 시선이 과연 '페미니즘적'이라고 하는 특화되고 차별화된 양상을 보여줬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그것은 예술에 있어서 에로티즘을 다룰 때 필연적으로 건드려야 하는 여성의 신체의 영역들에 대한 문제제기란 것이 굳이 페미니즘의 틀을 빌려오지 않아도 가능한, 페미니즘 이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책에서 발견되는 것은 페미니스트적 태도가 희박한  해체와 탈구조주의에 대한 익숙한 담론들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주목할 것은 한계를 인정한 저자의 태도일 것이다. 그것은 해설서의 방법을 택한 책의 방향성으로 증거되고 있는 바다(동시에 이것은 페미니즘적 태도란 측면에서 독이 되었다). 에로틱한 미술들, 그리고 그 틀에서 본 현대 미술에 대한 도해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동시에 알아먹기 쉽게 풀어낸  이 책은 그 성격 까탈스러운 예술품들에 비해서 읽기에 전혀 부담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흥미와 즐거움을 부정하기 힘든 예술에 대한 이야기와 삽화로 가득한 이 책은 적어도 정보 제공이라는 측면에서의 가치를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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