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슬링거 걸> 1쿨 13화를 다 봤다.(미쳤지...-_- 내일은 방언학 관련 리포트 하나에 시험이 두개가 껴있는데... 1바이트도 작성 안 한 상황.) 뭐 매드하우스에서 제작을 맡았지만 명성에 걸맞지 않는 부실한 작화가 눈을 찌푸리게 만들긴 했는데.... 아는 사람은 알테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스토리적으로 아동인권을 완벽하게 무시하는 작품이다. 바로크풍 하드보일드 로리물이라고나 할까.

배경은 현대 이탈리아. 북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극우 정치조직인 공화국파와 마피아의 끊임없는 테러에 대항하여 정부는 사회복지공사라는 듣기는 좋은 조직을 출범시킨다. 그 조직은 사고나 선천적인 문제로 인해 정상적인 신체 활동이 불가능한 소녀들을 데려와서 의체를 통해 신체기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고 정신제어로 대테러 작전에 적합한 정신 상태를 유지시키면서 여러 비밀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목적인 조직이다. 이것은 그 소녀들에 대한 이야기다.

일찌기 총과 자동차와 미녀의 조합은 총포상과 주차장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그라비아 모델 달력을 통해서 입증이 되는 바, 소노다 켄이치는 <건 스미스 캣츠>를 통해서 마초이즘이 가장 극적으로 발현되는 현대 대중문화의 한 양상을 훌륭하게 형상화했다. 거유 취향에다 로리콘, 본디지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취향을 선보여줬던 건 스미스 캣츠는 핀업걸의 세련된 하드보일드 액션 버전이었다. 동시에 총과 미소녀라는 아이콘의 만화에서의 장르적 공식이 그 지점에서 완성됐다.

<건슬링거 걸>은 차를 제외한 총과 미소녀라는 컨셉을 보다 고급화, 특정화한 결과물이다. 비록 사각턱이지만 어쨌든 미소녀, 그것도 로리타 컴플렉스를 자극하는 연령대의 미소녀들이 나오는 것은 시대의 흐름을 따른 결과이다. 그들은 모두 총과 무술 등 전투 교범의 달인들이며 그중 하나는 무식하게 생겨먹은 SIG를 달고 다닌다. 피렌체와 시칠리아의 아름다움을 얘기하고 미술관에선 총질을 금하는 품위있는 테러리스트도 나오지만 안타깝게도 작화는 이탈리아 미술이 이룩해낸 찬란한 성과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그저 이탈리아의 단편적인 풍경들만 가까스로 따온다.

흥미로운 것은 미소녀들이 주인공으로 되어있음에도 작품 내에서 제대로 된 노출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육체의 드러냄이란 측면에서 이 작품은 엄격할 정도로 금욕적이며 그것은 작품의 중심에 남성 권력에 착취 당하며 손쉽게 로리콘적 욕구의 대상이 될 어린 여자아이을 배치시켜놓으면서 어두운 색감과 낮은 톤의 대사들, 내내 정장을 고수하는 인물들을 통해 한참 우회해서 발현되는 자기검열적인 페티시즘적 에로티즘이다.

만화적 자유주의에 모든 책임을 떠넘겨서 작품이 가지는 일체의 논쟁적 함의들을 지우고 나면 이 작품은 무척이나 패셔너블하며 감각적인 발상이 돋보이는 물건이다. 그런데다 주인공들은 비극이 만연화된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너무나 가련한 존재들이라 그들이 기뻐하는 일상의 소소함과 삶의 모순이 안겨주는 갈등은 이야기가 전해주는 운명적 슬픔을 극대화시킨다. 그것이 작품의 흐름 내에서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면 분명 히로인들을 너무도 가혹하게 몰아가는 새디스틱한 설정에 대한 거부감일테지만. 아, 그리고 애니메이션판에 대해서라면 앞서도 언급한 딸리는 작화와 다소 부실한 연출.

그림에 있어서나 이야기의 흐름에 있어서나 아이다 유의 원작 만화책판이 낫다고 단언할 수 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호천사를믿어요 2006-05-30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치게 현학적이고 더구나 시니컬한 글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