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 4
토우메 케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가 주목할 가치가 있었던 것은 이것이 20대 중반에 다다른, 프리터를 가장한 사회적 루저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가 된다는 점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어영부영 시간을 때우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우오즈미라는 남자에게 결여되어 있는 것은 명백하게도 삶에의 치열함에 대한 문제제기이고 그것은 그 자신에게도 끊임없이 자각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양의 노래'에서 토우메 케이의 화풍이 그 숨막힐 듯한 삭막한 무드를 조성하는데 일조했던 것은 그녀만의 독특한 펜터치가 아니었다. 되려 그녀의 거칠면서도 정감있는 펜터치는 이야기 속 인물들이 그나마 살아있는 인간이란 걸 짐작케 해주었다. 회빛이라는 느낌이 날 정도로 독특한 펜터치를 가진 그녀의 만화들에서 드러나는 공간이, 그리고 그에 따른 인물들이 그토록 건조해보일 수 있는 것은 공간을 표현하는 그녀의 스타일 때문이다. 거의 초지일관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녀의 작품 속 공간들은 텅 비어있는 느낌이다. 그것은 공간적인 측면에서 비어있음을 극대화시키는, 즉 회빛의 연장으로써 기능하는 그녀의 펜터치 때문이기도 하고 어쩌면 단순히 크로키적인 묘사로 일관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슷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사무라 히로아키가 '이사'에서 보여줬던 일상공간 표현에서의 오밀조밀함과 비교해보자면 그녀의 작품 속 공간은 시대극인 '흑철'에서조차도 황량할 정도로 텅 비어 있다. 이런 성향은 이 '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며 준백수 프리터의 일상적인 황량함을 구현하는데 일조하고 있'었'다.  

참 오랜만에도 나왔다. 3권 초판을 찍은 게 2002년 3월 15일인데 이건 2004년에, 그것도 9월이 되서야 나왔으니 근 2년을 잡아먹은 셈이다. 이번 4권에서 토우메 케이는 스타일의 변화를 시도한다. 충격적인 부록인 하루 옷 갈아입히기 같은 것이 왜 들어갔는지는 정말 진심으로 궁금해지는 바이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변화는 전작에선 볼 수 없었던 데포르메의 적극적인 활용과 그에 따른 개그적인 연출의 전반적 강화다. 이것은 초반부에선 상당히 어색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자연스러움을 체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성공적이라 할만 하겠다. 작화상의 변화도 눈에 띈다. 이전 3권이 나왔을 즈음의 토우메 케이는 모종의 슬럼프를 겪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비슷한 시기에 발표한 작품들(양의 노래, 흑철)에서 가끔씩 보여지는 엉성하게 일그러진 인물들을 통해 작화상의 난조를 보이고 있었다. 이번 4권에서는 그러한 난조는 제법 가라앉은 모양으로 전처럼 심하게 눈에 보여지는 엉성함은 없지만 전체적인 인물 작화에서의 연령 하향평준화가 시도됐다.(덕분에 시나코 선생은 아주 고등학생 수준으로 회춘해버렸다.)

스토리 상으로는 정리의 느낌이 강했다. 일단 스토리상의 갈등 요소 두 가지가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져버렸다는 것이 작가적 의지의 관철인 것인지 이야기를 끌어가기에 귀찮아서인지 현재로선 구분을 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캐릭터의 존재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측면에서 물어보자면 별 활약도 하지 못하고 나온 두 사람 덕에 작품적으로는 갈등 구조가 표류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긴 힘들다. 그것을 심심쩝쩝한 현실을 충실히 구현한 것이라 한다면 달리 할 말은 없지만, 그런 돌발성이 미학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보기엔 납득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일정한 변화 속에서 은근한 러브코메디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짐 싸고 있는 느낌이 강했던 4권이었고 주변의 라이벌적 문제거리들도 어지간히 정리가 되버렸기 때문에 5권에서 완결이 나지 않을까 기대를 해볼 수 있겠다. 다만 1권서부터 똑같은 질문을 해대면서 똑같이 고민을 하는 발전 없는 캐릭터들 덕에 확신은 금물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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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eh 2007-11-30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흑철 경우엔 5권 이후엔 아예 나오지도 않더군요.. 최근에 나온 모르모트의 시간은 스토리나 작화나 그닥 맘에 안들어서 실망을..

개인적으로는 초기 단편(ZERO와 우리들의 변박자)이상의 완성도를 지닌 장편은 만들지 못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종종 들더군요..

hallonin 2007-12-01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우메 케이의 요즘 행보는 많이 실망스럽죠. [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가 그나마 좀 희망적이지만, 아직 5권을 못 본 상태라.

dameh 2007-12-09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예스터데이-는 글쎄요, 토우메 케이 특유의 '배경적 환상'이 없어서 그런지 -흑철, ZERO등에서 보여줬던- 제겐 크게 끌리지 않더군요.. 모르모트의 경우엔 작위적인 면이 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