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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븐? Heaven 6 - 완결
사사키 노리코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사사키 노리코의 작품군이 어딘지 비범한 인물들을 매개로 한 개그물이라는 걸 기억한다면 이 [헤븐?] 또한 그녀의 작품이라는 인장이 꽉하고 박혀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강한 캐릭터성을 자랑하는 그녀의 성향에 한가지가 더 붙여진 게 있다면 바로 장소. 이름 한 번 거창한 세상의 끝이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이 차려진 곳은 공동묘지인 것으로 시추에이션 코미디를 지향했던 전작들(수의대, 병원)에 비해서도 설정의 아이러니가 주는 강도가 세다. 전채 요리가 이정도 영역에까지 이르면 언제나 경계해야 할 것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넘치는 일이다.
하지만 6권으로 완결이 난 지금 그런 우려는 기우였다고 보는 게 좋을 듯 하다. 이미 중견작가의 반열에 오른 사사키 노리코는 자신의 페르소나들을 이용해서 보기 좋은 것만 아니라 맛까지 있는 메인 디쉬를 만들어냈다. 물론 그 모든 이야기의 공식들이 그녀의 전작들과 별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면 지적할 수 있는 바겠다. 하지만 작가에게서 어떤 굉장한 영역으로의 도약을 바란다면 사사키 노리코가 [잔혹한 신이 지배한다]나 [파타리로] 같은 물건들을 만들어내길 바래야 하는 걸까. [헤븐?]은 작가 자신이 가진 틀 안에서 조용한 실험을 해보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실험은 충분히 유쾌했다.
그러나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결말의 빈약함이다. 연재중단의 압박이 들어왔는지 의심케 할 정도로 이 작품의 라스트는 즐겁고 떠들썩했던 본편의 진행과정에 비해 볼품이 없다. 어이없을 정도로 허무한데다 불성실한 후일담식 엔딩이 자리잡은 어이없는 마지막은 작품 배경에서 느껴지는 강한 아이러니 성향이 도입된 이유를 가늠케 함과 동시에 소재부족에 대한 의심과 그녀 자신이 만든 매너리즘이 지겨워진 것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가능하게 만든다.
과연 세상의 끝에서 그녀는 무엇을 본 것일까(...라지만 이렇게 심각할 뻔한 내용은 없다). 그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바이다.
솔직히 사사키 노리코가 '파타리로'를 그리면 어떨까 상상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