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소녀 3
후쿠시마 사토시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3년 12월
평점 :
품절


이미 어른이 된 이들에게 소년과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본다는 것은 결국 지난 시간, 지내왔던 공간에 대한 회고 어린 사고 속으로 자신을 밀어넣는 것과 같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기억을 불러 내며 비록 자신, 당사자는 아닐테지만 인식적인 측면에서의 경험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결국은 같은, 소년과 소녀라는 두 조합이 만들어내는 묘한 화학 조합을 동일화, 간접 체험하게 만든다는 것을 얘기한다.

소년과 소녀는 세상에 대해 아직 덜 경험한 상태이고 그것은 그네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들을 하나 같이 성장 드라마의 자장 속으로 집어넣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이야기 속의 소년과 소녀들은 무지함을 호기심으로 치환하고 어떠한 경험을 습득함으로써 살아남아서 늙어갈 여지를 마련하게 된다. 그 경험이 어떻든 결국 소년과 소녀들은 후회하거나 이해하게 된다. 혹은 잊게 된다.

후쿠시마 사토시의 '소년소녀'에는 많은 소년과 소녀들이 등장한다. 그들 중 어떤 아이는 바보이고 어떤 아이는 보통의 꼬마이며 어떤 아이는 너무 일찍 늙어버렸다. 유쾌함과 슬픔이 혼재된 이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선 시간에 대한 회한, 경험과 기억에 대한 기쁨과 비판, 근미래의 아이들, 초현실주의적 유머와 비극 등등이 피카레스크 양식으로 풀어지고 있다. 그것은 아이들이 세상에 의해 어떻게 상처를 받고 어떻게 상처에 맞서는가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단순히 옛날 이야기일 수는 없기에 우리는 이 작품 속을 부유하면서 다양한 시대와 공간에서의 아이들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것은 묘한 동지의식과 동시에 초월적인 보편성의 양상을 보여준다.

'소년소녀'라는 직설적인 제목을 달고 닳디닳은 화두를 이끌어가는 작가의 솜씨는 능숙하다. 복잡다양한 각 에피소드들은 별개로 떼어놓고 봐도 어지간한 단편 소설을 넘어서는 감수성과 구조, 사려 깊은 시선을 드러내고 있다. 단순히 지난 날이 아닌 현재, 혹은 미래의 현상일 소년과 소녀들의  기억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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