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 10
엔도 히로키 지음 / 세주문화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근미래를 배경으로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건 창작의 영역에선 어디에서나 환영 받지 못할 작업입니다. 그것은 일단 실현 여부에 따른 작품의 진정성이 훼손될 우려를 안고 들어가는 것이고 또 그런 가상의 미래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현대'에 대한 확실한 이해와 나아갈 방향성에 대한 정당함을 동시에 갖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렇게 고답적인 사고관을 갖지 않더라도 패러렐 월드라는 손쉬운 방법론으로 일련의 비판을 깡그리 무시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된 것이 요즘 상황이긴 하지만 '에덴'의 엔도 히로키는 정면 승부를 택했습니다.

작가는 '에덴'에서 대부분의 근미래를 다룬 작품들이 국가관의 부정 성향, 정치성의 의도적 결여, 혹은 밋밋한 수준의 인식을 보여줬던 것과는 정반대으로 내셔널리즘과 세계 정부, 초국가적 경제-정치 연합, 민족주의와 종교 분쟁들이 전쟁과 돌림병의 한복판에서 소용돌이 치는 미래로 직진해 들어갑니다. 제목과는 딴판으로 음모와 배신이 넘쳐나는 수라도인 미래를 지배하는 법칙은 인간이 지금까지 써왔던 역사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던 권력집단간 파워 게임의 약육강식입니다. 그리고 그 점에 관해서 작가는 소름 끼칠 정도의 비정함을 꾸준하게 유지합니다. '에덴'의 세계는 10권에 이른 지금, 다시 한 번 전염병이 창궐하고 거대 권력의 구심점 없는 표류 속에서 국지적인 갈등은 나날이 첨예화되고 있으며 그 안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개인들은 너절하게 죽어갑니다. 그 모든 것을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은 우리가 우리들의 일상이 아닌 신문 르포 기사들이 보여주는 냉정함과 결부되어 작품의 현실성을 묘하게 합리화시켜 줍니다. 하지만 제삼자로써 유지할 수 있는 냉정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우리의 일상이었을 수도 있는 이야기이자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지옥과 관련된 흔하고 익숙하지만 슬프게도 잘 잊어먹는 우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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