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지 손가락의 기적
루이스 새커 지음, 이진우 옮김 / 사람과마을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파리 대왕보다는 톰 소여의 모험에 더 가까운 이 작품의 주인공은 톰 소여가 당대의 건강한 미국 소년의 이미지를 잡아낸 것처럼 현재의 미국 소년들의 음울한 이미지를 포착해내고 있다. 그는 뚱뚱하고 사려 깊지만 소심하다. 그는 대인 관계에 그리 익숙치 않고 자신의 운명에 무력하다 싶을 정도로 끌려다닌다. 그가 초록 호수라는 감옥으로 떨어진 것은 그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하지만 그는 그 안에서 운명과 속죄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주인공이 된다.
이것은 성장에 대한 이야기이며 동시에 인과율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초록 호수로 들어가는 저자의 속도는 거침이 없고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여러 이야기들을 다루는 솜씨는 능수능란하다. 그리 길지도 않은 시간에 모든 소재와 이야기들을 압축적으로 다뤄내어 마지막까지 매끄럽게 엮어내는 작가의 솜씨는 이 작품을 한 편의 멋드러진 오락물, 이벤트가 풍성한 롤러코스터로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작가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주제를 놓치려 하지 않는다. 그는 여기서 고통과 그것을 겪어내는 이가 얻을 값진 성과에 대해 얘기하려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놓치고 있는 삶이라는 선물이다. 진정 고통에 빠졌을 때 가치가 있게 되는 것은 무엇인가. 가치라 하는 것은 우리가 흔히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것에서 머물러 있는 법이다. 운명이라고 하는 자신도 어쩌지 못할 힘에 끌려 고통 속으로 들어갔던 주인공은 그 안에서 삶을 발견하고 그 삶이 이루어내는 기적을 목도하게 된다.
운명의 끈에 끌려 모험을 치르고 온 주인공에게 펼쳐진 것은 예전과 다를 바 없는 삶, 어쩌면 지리할 수도 있는 운명의 반복이다. 하지만 자신도 미처 알지 못할 운명의 소용돌이를 거치고 나온 주인공의 눈은 예전보다 훨씬 차분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