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영웅전설 - 제8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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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읽고 나면 딱히 할 말이 안 떠오르게 만든다. 모든 약점, 모든 강점을 숨기는 것 없이 그대로 드러낸 이 소설은 주먹으로 치면 스트레이트다. 그러니 이 책은 그냥 읽어버리면 된다. 머리 써서 숨기는 것이 없기에 당신은 그 솔직함에 유쾌해질 수도 있겠고 노골적인 치기어림에 반발을 할 수도 있겠다.

저자가 뒤의 인터뷰에서도 밝혔듯이 작품에서 쓰이는 키치들은 오로지 전략적인 차원에서 선택된 것들이며 그 소재들을 다루는 태도엔 그 자신이 잘 알지 못하기에 최소한의 애증도 없다. 그런 태도는 '전략적'으론 분명 타당한 바였다. 각 캐릭터들과 명사가 지니는 최소한의 기의만으로 이야기와 주제에 승부를 거는 것. 이것만이라면 최소한 그 문제에서는 작가 자신이 지닐지도 모를 몰입 및 정보 부족으로 인한 의식의 적을 만들지 않아도 될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작품이 지니는 독자성의 반감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하는 얘기가 뻔하다는 거다. 동네에서 만난 친구들하고 술자리에서 떠들면서 읊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 미국 만화에 대한 약간의 관심과 현실 인식이란 차원에서 생활 만담가 정도에 이른 사람이라면 결합시킬 수 있는 그런 이야기. 그런 부분에서 이 스트레이트가 보기보단 위력이 별로라는 게 안타까웠다.

하지만 이것이 신념이고 이야기꾼으로의 작가가 가진 의지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이라면, 그 태도에 작품이 지니고 있는 진정한 미덕이 있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적어도 그런 면에선 작가가 글쓰기를 격투에 비유한 바를 이 소설은 여지 없이 보여주고 있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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