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가] 탐욕의 실체 - 내부자가 폭로하는 엔론 파산의 진실
브라이언 크루버 지음, 정병헌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이것은 괴물의 뱃 속에 들어갔던 한 사람이 괴물의 뱃 속에 대해 쓴 이야기다. 하지만 그는 요나가 아니었고 그보다는 다니엘과 함께 사자굴에 들어간 사람들과 비슷한 운명을 겪어야했다. 그런데다 이 이야기에는 다니엘이 존재하지 않는다.

단 15년만에 이뤄진 경이적인 성장, 대내외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회사에 대한 맹목에 가까운 믿음. 그것을 뒷밤침하는 거대한 사업의 규모와 수익. 그저 겉으로 봤을 때 엔론은 자본주의의 이상이 집약적으로 구현된 완벽에 가까운 모델이었으리라. 하지만 그 안은 탐욕이 일으킨 공포의 시스템으로 이뤄진 '현실적으론 존재해선 안 될' 괴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괴물은 명백히 그 자리에 있었고 짧은 영화의 끝은 모두에게 악몽을 꾸게 만들었다. 그 괴물의 뱃속엔 자본주의의 이상뿐만 아니라 자본주의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악의 것도 같이 담겨있었다.

제목 그대로 그 아수라장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탐욕이라고 하는, 마치 오랜 동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인간의 나쁜 욕망에 대한 우화였다. 하지만 포브스 선정 세계 7위의 기업이 삽시간에 곤두박질 친 것이 현실인 것처럼 그 오래된 우화의 교훈은 여전히 유효하다. 마비에 가까운 윤리에 대한 의식 결여는 원죄처럼 공포의 시스템을 만들어 나갔다. 그러나 그들이 그토록 바라지 않던 종말, 종말을 피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은 도리어 그들을 종말로 이끌었다. 단순히 사내 행정 시스템뿐이 아니다. 저자는 타인의 입을 빌어 엔론이라는 괴물이 전세계에서 벌인 악덕도 고발한다. 그 일련의 사건과 실상들은 이 괴물이 가진 신경 중추의 망가진 정도를 단번에 확장시킨다.

저자는 자신이 엔론에서 1년간 있으면서 겪은 재난의 과정과 감정의 변화를 (1년만에 해고 당한 사람치곤 무척) 차분하면서도 재치있는 어조로 그려낸다. 긴박감 넘치는 상황들과 위트 있는 저자의 서술은 엔론이라는 회사의 존재 자체도 몰랐을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에겐 이 괴물이 빚어낸 사태에 무척 쉽고 재밌게, 그리고 빠르게 문제의 핵심으로 달려가게 만들어준다. 이것은 하나의 기록이자 동시에 경고로 존재할 이 책이 발휘하는 멋진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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