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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2
시미즈 레이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시미즈 레이코의 작품을 보는 건 단편집 magic 이후로 처음이군요. 그런데, 조금 놀랐습니다. 그 놀랐던 이유라면 예쁘장한 아가씨(는 아니라고 주장하는 청년)가 표지에 그려져 있는 요 물건이 내용은 꽤 엄한 하드 고어물에 가깝다는 겁니다. '알콜로 씻어낸 듯한' 매끈한 작화와 터부를 건드리는 코드들이 어우러진 멜랑콜리 만땅의 스토리 라인이야 예전부터 지속되는 것입니다만 그런 바탕에 하드고어적 표현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니 가끔씩 서늘해지더군요.
그리하여 본 작품의 특징이라면 요소들 간의 묘한 이질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순정 만화가 가지는 특유의 감성적인 측면이 무자비한 현실, 그리고 해부학작화... 와 한데 어울려져서 내는 상승 효과랄까요. 이런 이런 말랑말랑한 부분에선 역시, 이 작가는 순정 만화가야, 이런 생각이 들면서도 저런 저런 부분에서 드러나는 가차 없음과 이질적인 캐릭터로 인해 느껴야 하는 감정상의 급격한 변화는 소름이 돋게 만들어 줍니다. 엽기 살인이라는 비슷한 소재로 다중 인격 탐정 사이코가 생각이 안 날 수가 없었는데 한껏 비아냥거리는 데다 모노톤의 미학에 탐닉하는 그 작품에 비해서 센티멘탈리즘에 기반하는 이 작품이 주는 섬뜩함이 더 강했습니다. 감정 몰입 정도의 차이로 볼 수 있을 듯.
결론, 콜린 윌슨의 범죄 연대기가 로맨스 작가와 만나서 나올 수 있는 성공 사례, 로 요약 가능. 아니, 뇌를 들여다 본다는 소재를 생각하면 로버트 K. 레슬러의 그 유명한 저서가 더 가까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