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령 Day Dream 3
사키 오쿠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3권까지 본 지금, 이 작품에 대한 제 느낌이 아직까지도 동일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게 여겨집니다. 음.... 분명히 또, 미묘하게 틀린데도 말이죠. 그러한, 여전히 종잡을 수 없다는 막연함이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외형적으론 도시 괴담의 장르를 택하고 그 뒤에 오오츠카 에이지 스타일의 냉소적인 시선과 음모론을 깔면서 여유와 개그 코드로 SM을 위시한 풍속업계 에피소드들을 보여주고 있는 이 물건은 그냥, 이렇게 설명만 하면 지금까지 줄기차게 나왔던 그 장르의 그 물건들과 별다를 바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그런 매너리즘의 함정이 작품을 얼마나 깎아먹게 되는 것인지 잘 알고 있겠죠. 그에 대한 우려의 결과로 작품은 그러한 코드들의 경계에서 느슨하게 걸쳐 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주인공인 미사키는 영매인 동시에 쿨한 성깔을 보유한 SM클럽의 여왕님이고 그녀의 조력자이자 공무원인 소이치로는 꽤 괜찮은(엄청난은 아닌) 격투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유령만 나오면 정신이 나가는 중증 혼령 공포증. 전자쪽들의 특징이 스테레오 타입의 양상을 반영하고 있다면 후자쪽 모습들은 그에 대한 도주의 틈을 열어놓습니다. 그리고 주목할만한 것이라면 이제 3권씩이나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제대로 설명이 가능한 캐릭터는 아직 이정도뿐이라는 겁니다. 이건 스토리 작가의 머뭇거림일까요, 아님 부러 열어놓는 수비전일까요.

그렇지만 상당히 재밌습니다. 괴담물이 기본으로 제공해주는 소재적 흥미와 동시에 동일 장르가 가지는 매너리즘에서 탈피하려는 시도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랄까요. 아직까지는 아슬아슬해 보이는 줄타기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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