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마스터 X 3
안노 모요코 지음 / 시공사(만화) / 2001년 5월
평점 :
절판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의 앨리스, 나오양은 자신이 '무수한 연애 서적과 드라마, 영화를 섭렵'했다고 고백하면서 자신이 중2에 이미 '연애의 도'(세상에나)를 터득했다고 주장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드러나는 것이지만 그녀는 이성애적 세계관에 입각한 자신의 상대가 가지는 생리적인 욕구마저 이해 못하고 방황을 하죠. 그런 의미에서 아무리 조숙한 척을 해봤자 그녀는 어립니다.

시기적으로 하나의 경계가 되는 중2(2차 성징기, 혹은 사춘기. 이야기는 chapter14에서 끝을 맺게 됩니다.) 라는 나이에 이미 알 걸 다 알아버린 세리카나 알 걸 다 알아버릴 예정인 유리나나 계획적으로 사랑이 아닌 관계를 지속시키는 타케다나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는 그녀의 부모 등등 그녀 주위의 모든, 사랑 비스무리한 것을 하는 인물들은 그녀보다 조금, 더 늙어버린 셈이죠.

하지만 나오를 포함하는 모든 인물들은 자신들의 마음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나오가 중2라는 시점에서 가지고 있는 정신적인 성숙도와 더 차이가 나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래서 얼마 안되는 가족관계임에도 불구하고(사실, 가족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회의는 안노 모요코 만화의 특징이라고 봅니다. 대부분은 깡그리 무시되고 나온다 해도 그것은 기존 질서에 대한 일탈과 예외라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장치로써 기능하죠) 부단히 얽히고 섥힌 그들 모두는 서로가 서로에게 자기 자신들의 모습을 투영하고 또 발견하기에 바쁘죠. 그들의 사랑은 후회를 동반하며 반복되고 교차되길 계속합니다. 따라서 그들은 매번 깨달으면서도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죠. 그 관계와 에피소드들 속에는 발전이라는 게 없습니다. 아니, 어찌보면 사랑이란 것에 있어 그것은 우스운 개념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세 권으로 완결되는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는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캐릭터들이 풍부하게 살아있습니다. 다만 나오 동생 꼬마와 나오 할아버지 영감이 진실의 수호자인 동시에 그토록 대민 피해가 없는 역할을 맡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끝까지 자리하는 가족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인지요. 안개 속의 미궁처럼 되어버린 관계와 나레이션들 속에서 답을 내려고 했던 작가에게 그들의 존재, 그들의 목소리는 정답을 피한 최선의 답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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