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324667.html
드디어 대한민국에서 합법적인 자살이 가능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든 건 잠깐이었고 사정이 그리 호락호락하지야 않겠죠. 대략 위의 세가지 조건이 존엄사 인정의 기본 요건이라고 하는데 휙 보고 그냥 간단하게 든 의문은 뭐였냐면, 정신적인 차원에서의 불치병(에 한없이 가까운)은 인정되는가 안되는가, 하는 거였습니다.
뭐 간단하게 대답하자면 안된다, 라는 거겠죠? 저렇게 조건들이 붙은 걸 보면, 확실히 세포 단위의 가시적 심각함보다야 정신의 심각함은 포착하기가 힘들테니.
하지만 사람이 자신은 반드시 죽어야겠다, 라고 다짐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그 사람이 사지가 멀쩡하고 거동에 문제도 없다면 어차피 죽는 걸 막을 수는 없는 거겠죠. 아 써놓고보니 당연한 건데 뻘소리.
아무튼 대한민국도 얼마 안 있어 선진국이 되려는지 자살률이 점점 높아져가고 있는데, 이번 판결로 인해서 보다 편안해진 마음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실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판결을 까는 건 아니고, 이번 판결은 생명이 신도, 국가의 것도 아닌 개인의 것이라는 걸 확고하게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죠. 하긴 죽는 순간까지 도달했는데 신이고 국가고 뭔 소용이겠습니까만은.
그와 관련해서 얼마 전에 친구놈이랑 얘길하다가 나온 얘긴데, 요즘 자살이라든지 하는 식으로 여고생들이 의외로 많이 사라진다고 하더군요. 그게 어느 날 학교에 나와보면 자리가 텅 비어있어서 마치 있었는 듯 없었는 듯한 느낌이라던데 여고생+자살이라는 키워드는 괴담 영역에서 꽤 고전적인 것이긴 합니다만, 정말 '의외로 많이'라는 말이 붙을 수 있을 정도로 요즘의 현실이 그런 상태가 되어있는 건지 궁금하네요. 여고를 들어가볼 수가 있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