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반년쯤 전에 모씨랑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얘길하다가, 남자친구한테 앨범들을 몽땅 넘겨줬다는 얘길 들었었다. 남자친구가 토이와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광팬이라는 거였다. 그러고보니 그 두 팀은 꽤 진하게 통하는 바가 있군. 찌질하다는 점에서 말여. 그래 맞아요 바보 같아요. 히히히. 그렇게 같이 웃었었다. 그러나 내 쌍판 뒤편 마음은 웃을 수가 없었으니 결국 나도 생물학적인 구분으로 숫컷이 아니었던가.
토이가 뭔가 채이거나 헤어지거나 뭐 그런 다음 멀찍이서도 계속 지켜봐줄게, 계속 생각할게, 계속 너만 보고 있어 우흐흐흐흐 뭐 이런 느낌이라고 한다면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아 젠장 이하 달빛요정)은 야 이 썅년아 날 밟을테면 밟아봐 밟아보라구 으헝헝헝 씨팔 그래도 좆도 그립네 뭐 이런 정서의 차이랄까. 화끈하다면 후자 쪽이 좀 더 화끈하긴 한데 둘다 찌질하긴 마찬가지인 느낌....
달빛요정의 1집 때 노래들이 루저로서의 모자이크적인 풍경화가 돋보였다고 한다면 2집은 러브송에 좀 더 촛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그 러브송이란 게 보다 쎄게 망가지고 차이고 자학하는 것들 투성이라 이래 가지고 달빛요정이 갈망하는 소녀팬이 붙기는 할려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토이는 소녀팬들이 잔뜩 있는 게 저 마일드 관음스런 포지션이 소녀쪽에도 먹히는 거겠지. 사실 생각해보면 전형적인 그쪽 정서기도 하고. 아 그리고 장르도 발라드잖아.
2집에선 여전히 멜로디 잘 뽑아내시지만 구성적으론 '역전 아라리'가 좀 깨서, 전체적인 응집력이 1집보단 못한 느낌이랄까. 뭐 루저 정서의 정감있고 예리한 노랫말보다는 감정에 집중하여 화냈다 자책하다 포기하다 생각나다가 구걸하다가 결국 인정해버리는 흐름이 강조되는 것이 1집 때의 너절한 인간사에 대한 구성진 목소리보단 좁아졌기 때문이 아닌가도 싶고. 러브(관련)송이 아닌 노래는 '제육볶음의 비밀'과 '혼자만의 에로티시즘', '오즈' 정도.
내가 결국 이 앨범을 구하기로 한 중요한 요인은 5번 트랙 '길동전쟁' 때문인데 강동구에서 15년 넘게 살고 있는 중인데 이 바닥을 노래로 불렀다는 걸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나. 사실 비슷한 이유로 전작 '361 타고 집에 간다'도 베스트 트랙이었고. 이번 3집엔 '길동전쟁2'를 넣는다는 걸 보면 길동에 애착이 많으신 모양.
암튼 3집이자 이 나라 음악판에 절망해서 뿌리는 달빛요정 최후의 앨범 [굿바이 알루미늄]은 곧 발매....를 한다고 하는데 하도 발매일자가 계속 미뤄져서 뭐 언제가 될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일단 마스터링과 프레스만 하면 된다니까 곧 나오지 않을까 싶음. 2집은 현재 내가 아는 모든 앨범 판매처에서 절판이 난 상탠데 슬픈 건지 웃긴 건지 달빛요정 홈페이지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http://www.rockwillneverdie.com/zboard/zboard.php?id=singleh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