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캐릭터 거의 전원이 안경을 쓰고 등장하긴 하지만 안경모에는 아님...

2. 인터넷시대의 동화. NHK 교육 TV에서 방영된 걸 봐서도 알겠지만 전체적인 톤은 잔잔하고 되도록 아이들의 시선에 맞추어져 있다. 다만 그것은 새로운 풍경 속에서도 그리움이 잠재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게 제작의 동기였다던 감독의 발언에서처럼 단순히 아이들에게만 소용될 이야기가 아니다. 더군다나 '전뇌'라는 개념과 그에 파생된 여러 설정들을 파악하지 못하면 이해하기 힘든 면이 있기 때문에 머리를 좀 굴려야 하는 편이다. 애초에 동화를 애들만 읽는 거라고 생각한다면 지고 들어가는 거겠고.

3. 2쿨 26화라는 긴 시간은 어쩔 수 없이 드라마적 루즈함을 드러내게 된다. [전뇌코일]도 거기서 아주 자유롭다고 보긴 힘드나 잘 선방해냈다고 본다. 잔잔했던 1쿨 이후 2쿨에서부터는 도시괴담의 색채가 강해지면서 내용도 스토리는 꼬이고 긴강감의 강도도 높아짐. 작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끝내주는 고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는데 원안, 각본, 감독의 원맨쇼를 하고 있는 베테랑 중고신인감독 이소 미츠오와 그의 인맥이 끌어모은 A급 스텝들의 역량이라고 보인다. 방영 당시엔 모에에 미친 덕후들에게서나 애니 속 복잡한 설정들을 받아들이지 못한 애들 양쪽에서 버림 받았다고 하는데 이후 점점 재발굴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DVD화질이 떡이라는 얘기가 있어서 블루레이판을 노리고들 있는 모양이지만. 상복은 많음. 제11회 일본 미디어예술제 애니메이션 부문 우수상, 제39회 성운상 미디어 부문 수상.

4. 길. 좁은 길에 대한 이야기. 숨겨져 있지만 이어져 있으며 다른 곳, 다른 자리로 가게 만들어주는.

5. 흔히 '전뇌'랄지 '가상공간'에 대해 얘기하게 되면, 빽투더리얼라이프 흐름으로 굴러가서 '진짜는 니가 살고 니가 느끼는 이 세상이야 얼른 돌아와 이 덕후폐인새끼야'라는 류의 교훈극이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전뇌코일]은 그 논조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감각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전뇌라는 영역 안에서 과연 '실제로 인지한다'라고 하는 경계는 어느 선에서 잡을 수 있는 것인가. 느낀다, 라는 영역에서부터 이미 수리적 정확함과는 다른 세계로 들어서게 된다. 느낌, 감각의 흐름에 대한 틀과 일반적인 수식은 파악할 수 있겠지만 그것의 정도와 정확함은 기대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파악 안되는 영역 때문에 슬프고 아파하고 힘들어한다. 그리고 기뻐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느끼고 판단하고 저장한 기억들과 시간들을 단지 어떤 기준에서의 '진짜'가 아니라는 것만으로 그저 버려버려도 되는 것인가. 그것들은 과연 나에게 무엇이었는가.

그러니까 [전뇌코일]은 무심코 지워버리는 소중함들에 대한 이야기다. 어떤 정의된 개념을 갖고 그 편에 서서 대상을 재단해버릴 때 버려버리는 것들에 대해서, 그 극단성에 대한 소박한 의문이며 행동에 대한 머뭇거림이자 재발견을 [전뇌코일]은 부드럽게 제안한다. 그것은 전자신호로 가득 차게 될 세상에서도 가지고 있어야 할 인간의 마음에 대한 것이다. 

6. 덴스케 이 개새끼 흐헝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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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고자라드 2008-09-15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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