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3]가 시달려야 했던 악평 세례는 조금 부당한 면이 없잖아 있다. 제임스 카메론이 떠난 자리를 맡게 된 조나단 모스토우가 시리즈를 이어나가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자신의 전작 [브레이크 다운]을 막강하게 업그레이드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터미네이터3]에서의 액션은, 특히 카체이스씬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제임스 카메론의 세련되고 정밀하게 계산된 느낌과는 다른 거칠고 난폭한 B급 영화 출신다운 에너지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액션영화 장르와 특수효과에 있어서 천지개벽과 같은 신세기를 열어 제낀 [터미네이터2]와 비교를 당해야 하는 운명은 감독이라면 웬간해선 겪고 싶지 않은 종류의 보장된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조나단 모스토우는 이후 수년을 공백기로 가지다가 TV드라마 [뎀]의 연출과 영화 [핸콕]의 기획으로 겨우 돌아올 수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솔직히 네번째 시리즈가 만들어진다는 얘길 들었을 때는 뭐 그런 거 또 만들고 그러나, 싶은 생각이었다. 그런데 주연이 크리스천 베일이라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아마도 전성기 때의 톰 크루즈만큼이나 자신의 커리어를 명석하게 선택하고 진행중인 크리스천 베일은 그 존재만으로도 기본 이상의 퀄리티를 보장해주는 보증과 같다. 그런 그가 인터뷰에서 [터미네이터 솔베이션]이 지향할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새로운 해석에 대해서 얘기하자 분위기가 반전됐다.
불안요인은 다름아닌 감독인 맥지. 그의 전작들을 보면 [터미네이터]팬들의 근심이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도출됐다는 사실을 어렵지않게 이해할 수 있을 듯.
그런데 뭐 개인적으론 티저에서 브래드 피델의 테마가 반전되는 순간에 미리 모든 걸 용서하고픈 마음이 들 정도였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