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구만. 예상외로 괜찮다. 살이 떨리고 메테오가 낙하하는 듯한 충격은 못 주지만(그리고 지금까지 쏟아져 나온 그 무수한 골드베르크 녹음들을 생각하면 이젠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얘기지만) 이 연주가 수준급 이상의 그 어느메에 위치한다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듯. 테크닉적으로는 상쾌하게 탁월하고 굴드의 골드베르크에 자극 받았다고는 하지만 마냥 굴드적이진 않으며 임동혁이란 이가 보여주는 굴드와는 다른(그런 독보적인 감수성이 얼마나 되겠냐 라는 측면에선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감성적인 연원이 적절하게 녹아들어가 있다. 한창 낭만주의 음악만을 팠던 양반이라 그런 삘링으로 몰아가지나 않을까 생각도 됐지만 여기선 절충점을 성공적으로 마련해낸 듯함. 녹음적으로도 음이 청명하게 잘 잡혀서 임동혁의 해석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보이고 있고. 비슷한 예라면 두다멜의 베토벤 연주쯤? 둘 다 젊기 때문이기도 하고, 둘 다 그 젊음이란 걸 굳이 숨기려 하지 않는다는 것도, 그리고 그런 자신들의 입장을 파악하고 최대공약수의 완충지점을 잡아낸다는 것도 그렇고. 당연히 그에 따라서 호불호도 갈리겠지만.
그런데 이 양반에 대한 주된 호불호는 그것보단 좀 셀러브리티한 영역의 것들이라....
여기선 앨범에 비하면 호흡이 약간 거친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