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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식스의 5집이자 마지막 앨범. 한국형 구룹사운드의 완성형이란 평을 먹기에 충분할 정도로 단련된 뽕끼와 삘링을 유감 없이 선보이고 있음. 4곡의 창작곡과 3곡의 번안곡으로 이뤄져 있는데 번안곡들의 어레인지 퀄리티도 끝내줌. 다만 3번 트랙 '모르겠오이다'는 모종의 토속적인 아우라가 초창기 구룹사운드적 단순미와 곁들여져 영 별로이긴 함.
어느 틈엔가 싸이키델릭 전문 레이블이 되어버린 비트볼 뮤직에서 엘피판이 복각되어 나왔었지만 현재 절판난 상태이고. 이게 좀 희안한 경운데 시디판으로는 아직, 아니 현재까지 몇년째 계속 팔리는 중임. 그것도 무려 오아시스레코드 제작. 부클릿이라고 해야 색감 거친 인쇄 상태에 일관성 없는 전곡 가사와 철지난 멤버들 사진과 오타 난 곡목들과 문광부 등록 번호, 불법복제 금지 문구가 붙은 게 다인 지극히 염가스러운 디자인인데 도대체 언제 제작된 건지 알 수가 없다. 케이스 뒤엔 1972.3 이라고 적혀 있지만 당연히 그때 시디를 생산했을 리가 없고. 시디 본체를 보면 컬러 필름까지 입혀져 있는 게 그럭저럭 최근인 거 같기도 한데 부클릿 가장자리는 색이 바래서 누리끼리한 걸 보면 또 시대가 어느 시대인지 종잡기가 힘듦. 비트볼에서 앨범을 내놓는다면 시디도 내놨지 그냥 엘피만 덜렁 냈을 것 같진 않을 걸 보면 뭔가 상업적 권리에 관련된 법률 문제 때문이 아닐까 짐작만 하는 중.
근데 중요한 건 이 죽여주는 앨범이 달랑 2800원이면 살 수 있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