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피삼의 난립, 혹은 하드웨어 제조업체들의 미필적고의성을 함유한 정열적인 비즈니스 정신 덕분에 '작년의 베스트 힛트쏭' 같은 앨범들의 역할이 끝물을 향해 가열차게 달려가고 있는 현재, 초원다방의 추억을 되살려내는 올드팝이 아닌 한의 철지난 고대 음원들을 긁어 모아 놓은 컴필레이션 앨범은 말하자면 누구가 정해지든 그 미지의 심야 방송 라디오 DJ의 목소리에 로열티를 물고 싶어하지 않아 하는 앨범회사의 주도적이고도 경제적인 행동 하에 말이 없으니 추가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없는 라디오 DJ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겠고, 그 DJ의 전문적인 역량이라 함은 리스너에게 잊혀졌든 안 알려졌든 어느 쪽이든 마이너하지만 그래서 더욱 신선한 노래의 소개자로서, 즉 정보 제공자로서의 능력에 달려 있음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얇디 얇은 컴필레이션 앨범의 목적성은 그 기능과 한계를 동시에 점지해주고 있는 바, 태생이 그런 놈의 자식이 치뤄낼 이상적인 성과라 함은 못 듣던 이의 귀를 번쩍 뜨이게 만드는 것에 결정타를 숨겨두고 있다고 할 때, 약삭 빠른 일렉트로니카-힙합 DJ들의 숨겨진 보물창고이자 비트메이커들을 끝없이 유혹하는 도입부로서의 블루노트 컴필레이션이며 이미 수많은 DJ와 MC들에게 검증을 끝낸 매력적인 재즈 훵크곡들로 들어 찬 이 앨범의 다소 뻔한 역할(컴필레이션 앨범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덕목인 '버릴 곡 없음' 상태를 고수하면서)은 그 자체로 적절하게 즐거움을 제공해준다. 바로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물론, 힙합이 현재 매우 "수상한" 시기를 겪고 있는 것에 비춰 보았을 때, 이런 컴필레이션은 매우 중요함에 틀림이 없다. 뭐 물론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모르는데 어디를 향하는지 알 턱이 있나?" 따위의 구태의연한 얘기를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요새의 거지 같은 힙합판을 보고 있자면 좀 뻔한 이야기도 좋은 자양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엘 꾸에스또

번역 : 한상철(불싸조 http://www.myspace.com/bulssaz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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