ㅔ ㅇ 

대운하 만세!

 

 

 

뻥.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좀 난감합니다만. 노회찬이 떨어지고 홍정욱이 붙는 거 같은 괴기스러운 시추에이션들은 뭐 지난 선거 때도 계속해서 지치지도 않고 나왔던 거라 어느 정도 면역은 되어 있는데. 그런데 이거 뭐 반복될 때마다 한결 같이 한심해지네요.

암튼 민주당은 우선 당내 정비가 한나라당에 비해 혼돈스러운 상황에서 비슷하게 공천부터가 오지게도 늦었던 게 실수였고, 그리고 이슈에서 실패했다고 봅니다. 사상장사가 영 안되는 우리나라 사람들 속성으로 미루어 자기 코앞에 떨어진 거 아니면 관심 얻기 어지간히 힘든데 대운하는 좀 멀었죠. 차라리 의료보험 당면지정제 폐지를 이슈화해서 물고 늘어졌다면 상당한 표를 흡수할 수 있었을텐데 여기서 헛발질했고. 뭐 그리고 대운하도 그리 크게 만들지도 못했고. 그런데 이 부분은 한나라당의 전략이 빛나는 부분임.

한나라당은 그 지독한 악재 투성이 속에서 이정도면 대박친 거죠. 궁극적으론 사람들을 정치에 신물나게 만드는 게 한나라당의 전략이었는데 그게 잘 먹혀 들어갔다고 봅니다. 정치에 질린 무관심 상태에서 표를 잡아먹는 건 충성도 높은 투표층의 존재인데 그 부분에선 최고니까요. 뭐 친박연대라는 우리나라 정치 사상 가장 솔직한 의미로서의 '순수한' 정치인 팬클럽이 8명이 당선될 정도였으니.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위 민주당이 보여준 모든 문제점을 다 끌어안고 뛰어들었죠. 특히 막판에 갈라선 게 어찌되었든 간에 후유증이었을 겝니다. 하지만 거시적으로 봐선 그렇게라도 해야 했었다고 보고요. 시기적으론 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근데 이 양반들 지지율이 완전 반토막이 나버린 건 보다 총체적인 민주주의의 제도적 난맥 문제로 이어지는데.

이번 대선에서의 한나라당의 성과는, 이명박 대통령 드라이브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대운하, 의료보험, 내각 문제 등등 뭐 어느 것 하나 봐줄 게 없는 데도 한나라당이 150석을 먹었다는 건 지난 대선 이후에 이어진 문제점들에 대해 그를 선택한 사람들의 반성이 거의 없었다는 뜻으로도 보이거든요. 확고한 견제세력의 절실한 필요가 없었다는 것. 그 원인은 물론 50%도 채 되지 않는 선거사상 최저인 굉장한 투표율 덕입니다.

그런데 이게 좀 미묘한 게, 그렇다고 한나라당(이라기 보단 정확히는 이명박 대통령)식 정책이 그대로 통용될 것이냐로 돌아가면 확답하기가 힘들 거든요. 뭐 보수의 승리라느니, 보수의 시대라느니 그러는데 솔직히 우리나라에 보수 그런 거 없습니다.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한나라당 합해서 엄청난 의석수를 가지게 된 게 사실이지만, 이들을 가르고 있는 감정과 이권다툼의 골은 그들을 뭉쳐서 진보니 보수니로 나누는 것보다도 더 깊다고 보이거든요. 자신들의 포지션을 따르기보단 파워게임을 따라서 유동적으로 흘러갈 게 다분하다고 보인다는 거죠. 뭐 친박연대는 한나라당 내 이명박 계파 거두의 몰락을 타고 다시 흘러 들어올 수도 있겠지만, 갈등이 없을 수가 없는 거고.

그와 관련해서 생각해볼 건 문국현의 승리인데, 어찌됐든 소위 민주-중도 세력의 구심점은 앞으로 이 양반을 통해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입니다. 일단 손학규나 정동영 같은 거물들이 패퇴했고, 그 상황에서 문국현이라는 나름 '신선한 대안'은 대운하 반대라는 기치를 걸고 이재오라는 이명박 대통령 최측근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거니까요. 대운하 반대라는 명분과 이재오 침몰이라는 성과와 인물부재 상황은 그에게 힘을 쏠리게 만들 충분한 조건으로 작용하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조건만으론 충분치 않은 게 정치지만.

그외 자유선진당은 뭐,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선진국이면 대개 갖고 있는 국가내 소수 극우파 역할을 충실하게 잘 해내주시리라 믿고 있고. 민노당은 의외로 강기갑 당선 건이 꽤 이슈가 되는 편이네요. 그래도 그 성향상의 한계가 있어서 미래를 보장하긴 힘들지만. 진보신당은 인력풀은 그런대로 확고하니까, 최대한 조직 추스리기에 전념하는 게 좋겠죠. 그렇다해도 꽤 불리한 상황이고.

암튼 이번 총선에선 그거 미술관/주차장 할인권 제공했다고 민주주의의 권위가 타락했다느니 뭐 그러는 양반들이 있는데 정말 그 잘나빠진 민주주의를 지키고 싶다면 민주주의의 권위 지킨답시고 놀러 댕기느라 투표 안 하게 만드는 것보단 걍 미끼 던져서라도 투표하러 오게 만드는 게 낫다는 생각. 이미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망가질대로 망가졌네요 46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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