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 산다 해놓고는 이제야 구하게 됐음. 비토리오 데 스칼지의 그 익숙한 거친 플룻음이 튀어나오는 1번 트랙에서부터, 뭐 이 영감들 아직 안 돌아가셨구만 하는 느낌이 팍 오게 만듦. 시완레코드 발매작이긴 한데 그 눈에 익은 용그림 하나 안 박고 부클릿 마지막장에 영문으로 시완레코드 하나 써놓은 거 보면 수입반이 더럽게 비싸서 못 건드리는 소비자들에게 널리 보급하기 위해 손해 감수하고 제작한 앨범인 만큼 부클릿 원본을 최대한 해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이 잡힌 결과인 듯(아 근데 용그림 안 보이는 게 웬지 좀 섭섭한 기분도 들고). 이 앨범의 세계 초연이었던 작년 4월 한국 공연의 뒷얘기를 쓴 성시완의 글이 따로 들어있는데 뉴트롤즈와 관련하여 되놈들에게 돈 뺏기는 재주 넘는 곰이었던 본인의 역정과 엉뚱하게 튀어나온 뉴트롤즈 concerto grosso 1, 2의 더블 앨범에 대한 원망, 그리고 뉴트롤즈의 다난한 근황이 솔직하게 적혀있다.

기존의 뉴트롤즈의 성과를 뛰어넘는 혁신적이고 엄청난 결과물이 기다리는 건 아니다. 다만 정말 뉴트롤즈답다고 할 법한 노래들로 구성되 있다고나 할까. 심포닉록다운 클래시컬한 박력과 극적인 비감이 섞인 트랙들 속에 'adagio' 생각나게 만들어 주는 서정 킬링 트랙도 들어 있고. 이 앨범이 지니는 가치는 실험적이거나 새로운 영역이라기보다는 뉴트롤즈 하면 떠오르는 30여 년 간 쌓여 온 그 모종의 이미지를 완전하게 포착해내는 완숙함이다. 그 오래 전 감각이 2000년대를 넘어와서도 무리 없이 통용된다는 건 그들이 오래 전에 도착한 지점이 아직도 유효함을 알리는 바이리라. 이것은 필연적으로 재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속을 확인함으로써 그 가치를 더욱 푸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성과다.

 

http://www.myspace.com/concertogrossoperinewtrolls

영감님들의 마이스페이스. 앨범에 수록된 네 곡을 2분 내외의 미리듣기로 제공해주고 있는데, 뒷주소를 저렇게 복잡하게 써놓으니 사람들이 안 들어오지-_- 플레이 횟수가 가장 많은 게 아직 600대도 안 넘어가고 있다는 게 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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