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레롤스가 작곡한 곡들을 조르디 사발이 재생해 낸 이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의 감각을 되새겨보자. 이게 뭐지? 미사곡? 그냥 합창? 마치 지리한 흐름이 끈질기게 계속 이어지는 거 같은 느낌. 광고문안에 새겨져 있는 '대단히 모험적인 기교?', '열정적이고 신비로워?' 그런 거 안 느껴짐. 에라 모르겠다 구석에 때려박아놓자.

이 앨범을 제대로 들을 수 있게 된 건 거의 3개월이 지나서였다. 한바탕 시덥잖은 고음악 섭렵이 지난 후에야, 그래서 어줍잖게 그 시절의 다성음악들에 겨우 익숙해졌을 때, 어째서 저런 묘사들이 이 음악들에 어울리는지 깨닫게 되다. 정말 당시의 미사곡으로선 파격적이라 할 스타일. 모험심 섞인 응용. 그래서 이 양식곡들이 당대에 비추어 얼마나 뜨겁고 변화무쌍한지 체감하게 됐다.

 



그리고 이건 한 3년만에 들어본 거 같은데, 처음 샀을 땐 거의 지뢰 밟았구나 수준의 돈날려먹었다는 자책감 들었었음. 해서 그때 기억만 안고서 팔려고 꺼냈다가 시험 삼아 듣고선 도로 집어넣었음. 뭐 역시 과거의 난 거기서 거기였던 거겠지.

 

아 뭐 일자무식, 인생벌판이어도 가끔씩 이런 깨달음의 순간이 있으니까 그 즐거움에 살아갈만 한 거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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