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계보다 2000배나 큰 암흑물질 발견
뉴시스|기사입력 2008-02-22 18:28 
 
[서울=뉴시스]

우주에서 은하계보다 2000배, 혹은 그 이상으로 큰 정체불명의 암흑물질이 발견됐다. 이는 지금까지 발견된 우주 구성체로는 가장 큰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프랑스 AFP 통신은 19명으로 구성된 '캐나다와 프랑스, 미국 과학자들로 구성된 국제천체관측팀'이 미국 하와이주에 보유하고 있는 천문대에서 이같은 물질을 발견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물질의 양쪽 끝 사이 거리는 2억7000만 광년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된다.

파리천체물리연구소의 마르탱 킬뱅게는 "암흑물질의 크기가 현재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관측 기술의 한계에 도달해 있기 때문에 실제 크기는 아마 이보다 훨씬 더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주의 5분의 1 가량은 성분을 알 수 없는 필라멘트(장섬유), 성단(星團)과 얇은 판 등으로 이뤄진 여러 종류의 암흑물질들로 채워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측팀은 미 천문·천체물리학회지가 이번에 발견된 물질의 존재와 관측기술의 신뢰도를 인정, 암흑물질에 관한 내용이 학회지에 소개됐다고 밝혔다.

나경수기자 ksna@newsis.com

 

우주의 22% ‘암흑물질’ 증거 잇따라 발견
볼수는 없으나 ‘중력렌즈 효과’로 관측 성공
중력장 성질 등 ‘암흑물질’ 정체는 오리무중  
 

->초은하단 ‘아벨 901/902’에서는 거대한 중력의 덩어리를 이뤄 은하단을 몇 개 구역으로 나누고 있는 듯한 암흑물질들이 여럿 발견됐다. 가운데 사진이 초은하단의 전체 모습이며, 주변의 영상 4장은 암흑물질이 몰려 있는 여러 은하단 구역들을 보여준다. 허블우주망원경 관측.
 
 
우주 암흑물질은 ‘유령’ 같은 존재다.
“보통 물질들에는 전자기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아 눈에도 보이지 않고 지구 두께의 벽조차 손쉽게 투과하는,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질이다.” 우주론 연구자인 이재원 고등과학원 교수의 말이다. 지구를 투과하는 건 물론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아무런 반응도 일으키지 않고 우리 몸을 지나치고 있다고 한다. 현대우주론은 우리 우주의 22%가 이런 암흑물질로 이뤄졌다는 결론을 표준이론으로 제시하고 있다. ‘볼 수도 없고 정체를 알 수도 없다’면서도 ‘22%의 암흑물질이 존재한다’고 확신하는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최근 들어 우주 암흑물질의 관측증거들이 하나둘씩 추가돼, 암흑물질은 가설이 아니라 점점 더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 정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 초은하단의 암흑물질 새 증거

지난 8~11일 열린 미국천문학회(AAS)에서 암흑물질의 관측증거 하나가 새로 추가돼 주목을 받고 있다. 노팅엄대학 메건 그레이 박사 연구팀은 26억 광년 떨어진 초은하단 ‘아벨 901/902’에서 암흑물질의 흔적을 찾았다며 허블우주망원경의 새 영상을 공개했다.(사진1) 80장의 허블망원경 영상으로 매우 거대한 영역을 세밀하게 분석한 이 연구에서는 1천여 은하로 이뤄진 초은하단 안에서 암흑물질이 몰려 있는 네 영역을 찾아 이른바 ‘암흑물질 지도’를 만들었다. 이 암흑물질의 질량은 태양의 100조배로 추산됐다.

허블망원경의 영상을 보면, 더 먼 곳에서 있는 은하들의 빛이 지구까지 오면서 초은하단 암흑물질의 거대 중력장을 지날 때 ‘중력렌즈’ 효과 때문에 심하게 휘어, 애초 은하들의 모습이 일그러진 영상으로 나타나 있다. 암흑물질은 빛을 비롯해 어떤 보통물질과도 반응을 하지 않아 직접 볼 수 없지만 중력을 통해 자기존재를 드러내기에, 천문학자들은 심하게 휜 중력렌즈 영상을 암흑물질의 존재 증거로 제시해 왔다. 연구자들은 “암흑물질의 거대 중력은 빠른 속도로 운동하는 은하들이 은하단 밖으로 흩어지지 않게 불잡아두는 구실을 한다”고 말했다.




■ 은하단 충돌 때의 암흑물질 흔적들

이번 영상이 아니더라도, 최근 몇 해 새 중력렌즈 효과를 이용해 은하단 규모에 존재하는 암흑물질 증거들이 관측됐다. 지명국 존스홉킨스대학 박사는 지난해 5월 은하와 따로 노는 암흑물질을 찾아내 이 분야 학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사진2)

그는 암흑물질만으로 이뤄진 중력장이 ‘반지’ 모양을 한 채 중력렌즈 효과를 내어 다른 은하들의 빛을 반지 주변에 일그러뜨리고 있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런 관측증거는 암흑물질이 보통물질 없이 혼자서도 존재할 수 있음을 처음 보여줘, 암흑물질이 독자적 존재임을 확인해 줬다.

우주공간에서 떠도는 은하단들이 서로 맞부딪힐 때에 일어나는 암흑물질의 특성도 새롭게 밝혀지고 있다. 두 은하단의 충돌 장면을 관측한 2006년 영상에선 성간가스들은 충돌했지만 은하단을 감싼 두 암흑물질들은 아무런 상호작용도 하지 않고 그대로 투과해 지나치는 모습이 발견됐다. 반면에 또다른 은하단 충돌에선 암흑물질이 중간에 한데 모이고 은하들은 외곽으로 튕겨나가는 반대의 모습도 관측됐다.

■ 정체는 여전히 수수께끼

연구자들은 “암흑물질의 여러 성질들을 한번에 만족스럽게 다 설명하는 과학이론은 아직 없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암흑물질의 존재는 확인되고 있지만, 암흑물질이 무엇이며 어떤 입자로 이뤄졌는지, 또 그 중력장의 성질은 어떠한지 확인된 건 거의 없을 정도다. 그동안 암흑물질이 전자기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뉴트리노’나 ‘액시온’ 입자라는 가설들이 제시되기도 했으나 완전히 그 정체가 드러나지는 않았다. 최근엔 암흑물질이 우주 탄생 초기에 흩어진 물질들을 끌어모으는 ‘정박지’ 구실을 해 은하와 별을 만드는 데 중요한 구실을 했다는 가설이 제기되는가 하면, 쿼크보다 더 작은 가상의 ‘프리온’ 입자가 암흑물질일 수 있다는 가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여러 관측들을 통해 은하나 은하단을 감싼 거대 규모의 암흑물질이 은하나 은하단에 강력한 중력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그런 중력 작용을 통해 자기존재를 드러낸다는 사실들은 확인됐다.

현대우주론은 온갖 관측자료와 물리이론을 총동원해 우주의 보통물질은 4%뿐이며 나머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암흑에너지(74%), 암흑물질(22%)로 이뤄져 있다는 이론을 정립해 왔다. 여기에서 우주의 모든 별과 행성들은 0.5%에 불과하다. 우리 눈에 보이는 우주가 전부는 아니라는 얘기다. 아니, 고작 4%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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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이란 표현은 그 얼마나 적절한 것인가. 그리고 그 겁은 우리의 도중일 수 있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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