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워 오브 라이프 4 - 완결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생각해보면 난 완결까지 본 만화가 의외로 별로 없다. 중간에 끊고 또 중간에 끊고. 대개 그런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는 작품 자체에 대한 애정이 떨어져서가 대부분인데 만화라는 장르 자체가 기본적으로 세월에 대한 장기전을 요구하면서 그 과정에서의 들쑥날쑥한 변화를 필연적으로 예정하고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다 좋았던 만화는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술진보 시대 탓인지 동인문화 때문인지 만화 말고 할 게 많기 때문인지 여러가지 원인으로 해서 제대로 된 연재력을 갖춘 작가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이쪽 업계의 풍경인데, 그런 와중에서 요시나가 후미란 작가의 존재는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일상의 조용한 돌발성을 잡아내는 데 출중한 재주를 타고난 이 칼로리 매니아가 새로운 영역으로 도전했던 어느 청소년기에 대한 직시인 [플라워 오브 라이프]가 (그 분량에 비추어 상당히)오랜 시간을 거쳐 결말을 냈다.

요시나가 후미는 막바지에 이르러 생의 불확정성에 대해 얘기한다. 길지 않은 이 마지막권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은 모두 확정되지 않는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관계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뒤틀리거나 역전되고 잊어버렸다 싶었던 악몽이 되돌아온다. 몇 컷 전의 눈물은 곧 웃음, 혹은 무감함이 되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누군가가 삶에 갑작스럽게 끼어들기도 한다. 시간은 엄청나게 축소될 수도, 혹은 언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불안투성이로만 보일 수밖에 없는 일련의 사고들은 우중충하고 거칠게 펼쳐지지 않는다. 물론 그 모든 문제들은 평온한 생활에 대한 일종의 테러다. 그래서 그에 해당되는 이들은 모두 슬퍼하고 고통스러워하며 폭주 직전까지 들어간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그것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소위 요시나가 후미적이라고 불러도 될 법한 관조적인 시선이다. 결국 삶은 그런 거라고, 그리고 꽃다운 시절이라고 불리는 것은 마치 예쁘지만 더없이 불안정한 벚꽃처럼 간신히 지탱되는 어떤 시절이라는 걸. 홀로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다음 때로 넘어가는 것이야말로 인간 아니겠는가. 그래서 마지막 컷에서 바로 앞의 컷과 대비되어 컷 안에 혼자 남게 되는 그 누군가가 보여주는, 모든 것을 흘려보내는 특유의 그 표정이 전해주는 위로는 마땅하다.

[플라워 오브 라이프]의 마지막 권의 구성은 분명 납득이 가지만 그 전개와 마무리에 있어서 요시나가 후미답지 않은 급한 감이 있다. 청소년기라는 익숙치 않은 소재, 다층화되고 확장된 에피소드들에 대한 관장의 실패였다고 말할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그 부조화마저도 마지막에서 제시된 흘러감에 의해 담보된다고 한다면, [플라워 오브 라이프]의 이전 권들이 보여줬던 즐거운 시간을 잊기란 더욱 힘들 것이다. 바로 그 시간이야말로 한 시절의 종국 전에 겪을 수 있었던 '꽃다운 시기'였을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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