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즈음에 리버맨 뮤직에서 기존 앨범에 네 트랙이 더해져서 복각되어 세계 최초로 CD화 된 세븐스 돈의 유일작으로 워낙 처음 찍은 게 얼마 되지 않았던 데다 그후에 재발매했을 때도 더럽게 조금 찍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울트라 초레어 하이브하게 된 앨범이었다(고 함). 그러나 CD화된 현재는 별로 전만큼 울트라 초레어 하이브하진 않을 거 같은데 역시나 꼴랑 600장 밖에 안 찍었다니 어찌 될지는 모르겠다.

아무리 울트라 초레어 하이브(이제 그만 써야지)하다 해도 음악이 그지 같은 건 어쩔 수 없이 그지 같은 거라, 사실 자주 제작해서 레어 앨범의 지위를 차지한 것들도 속내를 보면 세금을 안 내려고 고것만 찍었다던지, 진짜 안 팔릴 게 뻔하니까 고것만 찍었다던지 뭐 번잡한 이유는 다양한 편. 그래서 처음에 이 앨범을 접했을 때도 으례 그렇고 그런 것들 중 하나일 걸로 지레짐작했었는데. 그런 인상이 들게 만든 이유중 하나가 음질이나 프러듀싱이 정말 한심한 수준이라는 것. 학예회 수준이라고 봐도(내가 쓴 표현은 아님)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 결국 아마추어 컬리지락 밴드의 객기 한바탕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러나 라이너 노트를 보면 알겠지만, 녹음 자체가 엄청 열악한 환경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일단 소리의 질에 대한 문제제기는 좀 줄어들고. 그렇다해도 앨범 전체적으로 들려오는 뭐라고 해야 하나, 대학생다운? 무언가 아마추어리즘이 물씬 풍겨나는 것이 노래들에 대한 평가를 접어두게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븐스 돈의 노래들은 아름답다. 그것은 아무리 열악한 상황에서라도 어떤 열의나 진심을 통해서 이뤄내는 아웃사이더적 기적들과 상통하는 바다. 전반적으로 미국 밴드답지 않은 아이리쉬 포크적인 냄새가 나면서도 그 시절(1970~1976) 많은 밴드들이 그랬던 것처럼 프록적인 요소들도 거리낌 없이 섭취하고 있는 이 앨범은 들으면 들을수록 그 순진함과 겸손함, 그리고 소박한 아름다움으로 듣는 이를 끌어당긴다. 리마스터링으로도 걸러내지 못한 거친 음과 치밀하게 다듬어지지는 않은 조율들이 그 미덕에 배가되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이 순간부터다. 영악하진 않지만 다양한 색깔들을 가진 트랙들을 통해 소소한 야망을 가지고 있는 걸 증명하는 이 앨범은 해독제 역할에 있어서 출중한 성능을 발휘하는 앨범들의 전당에 올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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