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 앞에서 불필요한 말은 필요없다. 음과 음 사이의 침묵이 만들어내는 삼라만상의 주인에게 건낼 수 있는 말이란 지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는 법이다. 더군다나 그 말의 성격이 질문이라면 더욱 그렇다(나는 이미 같은 질문과 같은 대답으로 이뤄진 엇비슷한 인터뷰들을 질리게 본 뒤였다). 그래서 나는 이 이벤트가 무척 궁금하면서도 또한 길게 끌어나갈 여력이 없었다. 빤한 대답이 나올 빤한 질문으로 시간을 오래 끄는 것은 죄스럽게 느껴졌다. 이걸 양심이라면 양심이라고 해야 할려나 아니면 내 머릿 속의 상이 너무 커다랗게 잡혀 있던 탓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또는 통례를 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가능성이란 지극히 적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공백을 메꾸는 것이 광대의 역할 아니던가. 그렇게 따지자면 오늘의 광대는 그저 자신의 몫에만 충실했다. 욕심까지 나아가기엔 지식이 너무 일천했음이라.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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