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두부터 서브컬쳐의 가능성에 대한 모종의 확신을 심어주게 만들다. 또한 라이트 노블이라는 경계에 대한 끊임없는 문제제기까지도. 사실상 이것이 기화점이었다.

 

시무라 다카코의 재평가와 더 넓은 층의 독자와의 만남. [방랑소년]은 제목 그대로 시무라 다카코의 작품일 수밖에 없는, 머뭇거리는 소년소녀들의 이야기를 살 떨리게 귀엽게 그려낸다.

 

대부분 탐탁치 않게 여기지만, 혹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야냐리투의 전적에 비추어 시원찮다고 여기지만, 난 그 모든 공격이 셀러브리티의 화신인 브래드 피트 때문이라고 믿고 싶다. 분명 초국적인 연결을 노리는 [바벨]은 야심이 크다. 그러나 그것은 오만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해석학은 그 자체로 나에겐 발견이었다. 더없이 훌륭한 변명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그리고 그 절정은 리쾨르였다.

 

부서지는 인간들, 완성되어가는 이야기들이라는 고전적인 법칙을 훌륭하게 완수해냈다는 점에서, 너무나 동화적이지 않은가.

 

뒤로 갈수록 만개하는 절대 찌질 묵시록.

 

포기하지 않는 법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 잔인한 화해를 보여준다.

 

다시 봐도 재킷이랑 노래랑 어지간히 매치가 안 되는....

 

모리 카오루의 포지션이 빅토리아 시대 오타쿠로 그 풍경의 재현에 방점을 두고 있었던 만큼, 여기서부터 본편을 뛰어넘는 외전이 시작된다.

 

이제는 흔하디 흔해진 스타일이지만, 모무스에게는 (이것 또한 우스운 표현인데) 원본이 가질 수 있는 우스꽝스러운 권위가 있다(는 걸 잘 자각하고 있다). 오래 전에 익히 들었던 'lady of shalott'가 담겨있는 줄 알았던 POLKTRONIC 앨범은 내가 알던 그 노래가 아니었던데다 전체적으로 심하게 짜증났지만 이 앨범은 정반대의 의미에서 강력했음.

 

처연하다 인생이여. 하지만 이렇게 우리는 위로 받을 수 있지 않는가.

 

부드럽고 치명적인 유혹(기간, 대상 한정)에 대한 탁월한 해설. 더러운 쓰리디에 상처 받은 이들을 위해 뒤늦게 찾아온 교양서적.

 

가만히, 아무리 시끄러운 부분에서라도 너무도 고요하게 느껴지는 이 신기한 느낌.

 

내내 웃게 만든다. 다국적 시대의 다양한 까다로운 요구들을 만족시켜 줄(표현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완벽한 파티용 음악.

 

빛의 아름다움.

 

'또' 골드베르크다. 그러나 훌륭하다. 음악을 말함에 있어 그 이상의 표현을 찾기 힘든 것처럼.

 

톤톤 매코우트는 여러가지 록의 전통을 통해 다듬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기이한 고립감의 원인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놀라울 정도로 매력적이고 에너지가 살아 넘치지만 지하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운명의 아우라 때문인가.

 

올해 들었던 목소리 중에서 가장 맘에 들었다.

 

우연에 의한 발견. 아랍과 유럽의 경계에서 빚어진 오백 년 전 음악의 재래. 음악 자체에 있어서나 음악외적인 면에 있어서나 그 풍부한 텍스트성에 매혹되지 않기란 힘들다. 엄숙하고도 화려하며 오래 전 이슬람 문명의 탁월한 성취에 대한 또 하나의 증거로써 제시될 수 있는 멋진 작품.

 

진짜 진짜 뿅가게 만드는 완성된 싸이키델릭 음악의 착각스러운 귀환. 하지만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하다.

 

그리고 미셸 우엘벡은 (왠간해선) 실망시키지 않는다. 2007년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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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8-01-02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스트에 올라간 책들이랑 영화는 대부분 저도 읽은거라 반갑네요. 저 책 중 한권은 읽으면서 펑펑 울었던 것. ^^

hallonin 2008-01-02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마 보이즈 온 더 런....

sudan 2008-01-03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 아뇨. 마이조 오타로의 소설이요.

hallonin 2008-01-03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항-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