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그렇지 않았는데, 나이가 드니 여유가 없어져선지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가 무척이나 버겁게 느껴진다. 본격적인 글쓰기, 소설을 만들어낸다는 영역으로 가면 더 그렇다.

장난 삼아서라도, 혹은 수많은 위대한 투잡 작가들의 전례를 비춰봐서라도 글을 쓴다는 행위의 여유로움을 증명해보여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내 버릇이었지만, 이제는 나 자신이 읽거나 느낀 걸 옮기는 행위부터가 어렵다, 혹은 그것에만 온전히 올인해야 한다는 강박이 들고 있으니, 이거 남의 말에 태클 걸며 충고할 계제가 아니게 되어버렸다. 전업작가라는 직책은 단순히 폼새나 가오라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전념해야 마땅한 것으로 되어가고 있다. 정신 팔기엔 여력이 안된다. 투잡하면서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로 내가 위대하지도 않을테고 말이지.

한마디로 삶에 절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관계 유지 하느라 낭비되는 신경세포 하며 별 되도 않는 오해 풀어준답시고 스스로를 깊숙하게 수그려야 하는 것. 직장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다 그런 것이니 이미 오래 전에 자잘한 잡일들을 통해서 겪을 대로 겪어서 익숙해졌다고 생각했건만 어째 나이가 드니 그 익숙함을 감당하기가 싫어지는 마음은 어떤 연유로 작동되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싶었는데.... 문득 떠오른 결론이.

예전엔 그런 인간상들을 보면 꽤 흥미롭게도 여겼고 재밌게 관찰하는 기분으로 대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썩 그런 여유가 없다. 이젠 그 패턴들이 지겹다고나 할까. 재미가 없다. 반복되는 편향성에의 관조와 썩 유쾌하지 않은 의식의 배신 행위를 유지하는 일에는 적정 수위라는 것이 있다. 생활이 지긋지긋해지는 순간은 관대함과 관련된 뇌용량의 한계치에서부터 찾아오는 것이다. 이미 흥미가 사라진 시점에서 내 행동은 어떻게든 수용 부피를 늘리려 바닥을 캐려고 안간힘을 다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휴 씨발 확실히 그라비티 오브 러브를 존나게 느끼게 되네요. 이니그마마저도 사랑스럽네 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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