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첸지에서 만든 마늘 바게트 비스킷이라고 할 수 있는 판콘디를 구하기 위해 강동구에 있는 모든 편의점과 창고형 매장을 뒤지고 다녔다. 없었다. 차츰 어두워지는 하늘에서 얕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렇다. 슬럼프다. 글이 써지지 않는다. 알바로 뛰는 일은 막혀서 겨우겨우 나아가고 있고 그외에 따로 진행해보려 한 일은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사고가 마구 엉켜있다. 내가 하는 일은 마치 손으로 찢은 거미집을 선 하나하나씩 복구하는 일 같다.

 

생각해보면 지난 한 주는 거의 하루의 반 가까이를 길 위에서 보냈다. 나는 걷거나 타고서 어딘가를 돌아다녔다.

 

판콘디는 딱 한 번, 청량리에 있는 세븐일레븐 진열대에 있는 걸 본 적이 있었다. 그러고보니 세븐일레븐에서 이번에 나온 냉우동은 인기가 없는 듯 차차 입점한 가게가 없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전주에서 유난히 눈에 띄었던 세븐일레븐에서도 냉우동은 없었다. 꽤 맘에 들었는데.

 

얕은 비가 바람과 함께 간헐적으로 거세진다. 나는 재개발이 결정되서 안팎으로 부서진 두 동의 주택가 안으로 비를 피하려 들어갔다. 이어서 아주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하는 빗줄기가 바람에 실려 내 몸을 슬쩍슬쩍 적시는 동안 비가 약해질 때까지 시간을 때울 요량으로 페티시즘의 저명한 찬미자인 우에시바 리이치의 [수수께끼 그녀 X]를 봤다.

 

이런 여자가 세상에 너무 많아서 골이 아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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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3 05: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llonin 2007-08-14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돌아오셨군요. 결국 그런 건 없는 거 같습니다. 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