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으로 전주를 가봤다. 도착하고 든 느낌은....
뭐 이리 썰렁하지?
도시에 사람이 안 보였다. 시내에 들어가도 한적.... 월드컵경기장에서 산책하는 사람수나 시내 한복판 번화가에서 돌아다니는 사람수나 비슷비슷. 원래 이런 도신가?
진짜 아무 계획 없이 흘러 흘러 구름과 비에 취해서(정말 오늘 구름은 최고였다) 내려간 거였기 때문에 달리 볼 것도 할 것도 만날 사람도 없었다. 슬리퍼짝 끌고 다니면서 시내 걸어다닌 게 일이었음. 아, 비빔밥. 3000원 짜리. 주변에 다 5000원 짜리만 팔길래 발품 팔아서 전주역 앞에서 양푼비빔밥 파는데 들어가서 먹어봤다. 엄청난 무언가는 발견 못했고, 그냥 맛있었음.
전주역도 무지 썰렁.
생각해보면 부산에 갔을 때도 바다 휙 돌고는 시내만 삘삘거리며 돌아다니다 귀향했는데 이번에도 뭐 비슷했다. 천성이 콘크리트라는 건지. 텅텅 빈 관광안내센터 들어가니 한가하게 노니던 직원 두 분이 동시에 적극적으로 도와주려고 해서 좀 재밌었음.
인상적인 건 시청 길 하나 건너 뒤에 사창가가 있었다는 건데. 전주 사창가는 주변과 아주 스무스하게 잘 조화된 느낌. 수퍼랑 간판을 같이 쓰는 가게도 있고 불빛은 정육점인데 안에선 라면 끓이기에 만반의 준비가 갖춰진 가게도 있고. 조선춘화 싸구려 짝퉁 붙여놓은 것도 보고. 청소년 출입 통제 표시도 그리 크지 않고 대로에서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 나와 자연이 하나가 된 느낌이랄까. 그리고 생각외로 규모도 컸다.
돌아오는 길은 한국이 열대성 기후에 들어섰다는 걸 증명하는 근래의 기상적 현상인 유사 스콜이 띄엄띄엄 내가 탄 고속버스를 두들기며 반겨줬다. 버스 안에서 텔레비전을 틀어줬는데 [하늘만큼 땅만큼]에 나온 한복 입은 한효주가 죽여주네. 별 관심 없다가 예전에 [봄의 왈츠] 망하고 [무릎팍도사] 나왔을 때부터 좋아지기 시작했음.
아니 전주는 대체 뭐였던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