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에게 있어서 [데스노트]는 좀 이상한 만화였다. 처음 시작은 소위 택티컬한 두뇌게임으로 시작됐지만 뒤로 갈수록 만화는 캐릭터에 집중되는 망상대결로 흘러갔다. 그래서 중반 이후로 내용에 대한 논의는 거의 사라지고 주로 캐릭터 팬덤에서의 얘기들만이 열정적으로 오갔다. 매체상으론 소년만화였지만 내용 자체가 완전범죄 성립을 위해 상황에 따라서 사람을 어떻게 죽여야 할지 고민하는 내용인데다가 가끔씩 보여지는 코드들은 작가의 취향을 드러내는, 어둠의 성향을 꽤 띄고 있기도 했다(거북줄묶음, 고스스타일들 등등). 그래서 애니메이션판은 심야에 방송중.
뭐랄까, 설익은 사과를 씹는 기분이랄까. 워, 이건 정말 멋진 걸, 하고 말하고 싶어도 항상 얼마간은 부족했다. 그중 가장 크게 작용했던 것은 캐릭터들의 정서적 풍부함이 컷을 가득 메우는 활자들과 사건 전개 이외의 씬에서는 어색하게만 느껴지는 대사와 상황에 근거한 인물들의 빈약한 드라마에 비례해서 사라져있다는 거였는데, 그것을 가까스로 살렸던 것이 오바타 다케시의 매력적인 작화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어찌되었든 근래에 나온 가장 파괴력 있었던 컨텐츠긴 했지만, 소년 점프가 아니라 애프터눈에 연재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 게다. 뭐 그랬다면 또 이만큼이나 돈을 벌 수 있었을진 모르겠지만.
결론은 2기 오프닝이 맘에 들어서 올리려고 했던 것. 때깔 죽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