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Kingdom Come

모두의 예상대로 제이지가 돌아왔다. 왕국이 돌아왔다는 자신만만한 제목과 함께, 힙합계의 정점에 서서 힙합의 한계를 역설했던 그는 이번 3년만의 정규앨범에서 마치 힙합을 통해 힙합이 아닌 음악을 만들어내려는 것처럼 보인다. 하긴 왕국이 돌아와야 하는데 어지간해서 되겠는가. 분노와 욕설로 이루어진 무기질적 인상만이 아닌 놀라울 정도로 풍부한 감수성의 랩과 다양한 흑인음악의 자장들을 흡수해낸 진한 스타일리티는 힙합으로 거의 모든 것을 이루어낸 장인이 보내는 힙합매너리즘에 대한 자신감 넘치는 대답이다. 물론 이 과감함에 준하는 결론은 리스너의 귀에 달려 있는 것이지만.

 

고착

Eminem Presents : The Re-Up

제이지가 왕국을 새로이 구축하는 동안 에미넴은 화약냄새가 피어오르는 핏물 배인 뒷골목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멤버의 죽음을 추모하고 크루의 새멤버를 소개한다는 두가지 실용적 목적을 가지고 나온 에미넴 일당 최초의 패밀리 앨범인 [Eminem Presents : The Re-Up]은 패밀리 앨범의 특성상 큰 실험성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도 예상가능하거니와, 완연하게 정공법을 택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의 정공법이란 D12나 에미넴의 정규앨범들이 보여줬던 코믹함은 일절 거세된, 에미넴의 셰이디 면모가 강조되는 지극히 하드보일드 지향의 방법론이다. 종합선물세트용답게 몇군데 만들어놓은 휴식처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트랙인 [No Apologies]에 도착할 때까지 장송곡이라는 본분을 잊지 않고 내내 날이 선 느낌을 주는 이 갱스터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은 매너리즘에 대한 불만을 셰이디 스타일의 완성형이라고 불러도 좋을 법한 트랙들로 숨막히게 짜여진 74분간의 러닝타임으로 틀어막아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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