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것저것 소년만화의 법칙을 따라 신경 써서 구축한 흔적이 역력. 히로인이 주인공을 바라보는 시각이 좀 중구난방이고 액션씬이 서투를 때가 있다는 정도를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무난. 너무 무난하기에 이런 만화가 갈 길은 [강철의 연금술사]가 되느냐 조루연재가 되느냐 둘중의 하나인 케이스가 많다.

결말을 봐도 덤덤해진지 오래인 만화지만 그림만은 초전작살. 아니, 오바타 다케시의 화력이란 거의 만개한 게 아닐까 싶은 정도.

생각해보니 유현만화를 처음 봤던 게 챔프신인상에 들어왔었던 여고에 전학온 여장 미소년 이야기였는데.... 이 작품 또한 적당히 트랜스 캐릭터의 매력에 기대면서도 구미호라는 친숙한 소재를 통해 요마물적인 요소를 가미. 라온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은 괜찮은 편이고 컨셉도 좋은데.... 웬지 부족한 느낌은 라온 주위의 인물들이 다소 비실하다는 점 때문인가. 그래도 술렁술렁 잘 읽힘.
디자인면에서 [러브리스]와의 혐의점을 불러 일으킨다는 것도 딜레마일 듯.

와인도 찾고 떡도 치고 잇세 너 이새끼....
그런데 떡씬이 너무 개판으로 그려져서 심하게 안타까웠음. 거의 대본소 도장만화에서 나오는 떡씬 수준(농담아니고).
전권까지 너무 힘을 줬던 탓인가. 억지 유머에 지능적 꽃뱀이자 양다리 여왕님인 히로미의 정신세계를 재점검하(라기 보단 그냥 발로 차버리)고 싶어진다는 의미에서 힘빠진 타이어 같았던 8권.
엥? 끝이야?

프랑수아 플라스의 동화는 이걸로 처음 접했는데 단번에 전작을 훑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제국주의와 인간의 어리석음, 그로 인한 멸종되어가는 생물에 대한 보편화된 우화보다도 나를 사로잡았던 건 파노라마적 시야 속에서도 세밀하고 조심스러운 묘사를 통해 탁월한 동화적 리얼리즘을 성취해내고 있는 그의 그림.

라이브 실황인데.... 왜 이렇게 답답하게 느껴지는지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