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안남자] 사건은 유치하다 싶을 정도로 의도가 빤하게 보여서 일단 넘어가기로 하고, 우선 바로 열흘 전에 마광수 사건이 터져나왔었죠. 재판까지 가서 담당판사에게 자조적인 어구까지 뱉게 만들었던 저 유명한 [즐거운 사라] 사건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작은 규모로 끝났습니다만 마광수 교수 개인에게는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뭐 [즐거운 사라] 사건 이후로 우울증이라는 얘기도 있을 정도로 이것저것 개인적으론 침울할 수밖에 없는 사건들이 있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마광수는 예전의 마광수가 아니더군요.

이미 대한민국에서 야동은 문화의 일부이자 자양분으로 자리잡았다.
물론 공유프로그램 들어가서 연예인 이름 아무 거나 치면 쏟아지는 야동을 받을 수 있는 세상에서 마광수에게 가해지는 타작질은 분명 불공평한 면모가 있습니다만, 재밌는 것은 그러한 자신의 처지를 역으로 이용하는 마광수 교수의 모습입니다. 사실 이미지적으로 마광수 교수의 이미지는 마초의 그것이라기보단 다분히 학자적인 침울한 분위기에 연약함이 가미된 약골 남성의 이미지죠. 이것은 그의 작품세계에 등장하는 여성들이 유난히 '기가 쎈, 성적으로 완전하게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여성들이 등장하는 것과도 묘하게 공명하는 사항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마광수 교수 자신의 유약한 이미지는 그에게 가해지는 권력의 가학성을 돋보이게 만드는 면모가 있었습니다. 물론 동시에 대중적으론 음란할 걸 밝히는 배운 놈의 음침한 면모를 강조하는 효과도 있었다는 것 또한 무시할 순 없겠고 그런 시선이 유난히 집중되었던 게 [즐거운 사라] 때였습니다만. 인터넷으로 인해 너도나도 분명한 공범이 되고 그로 인한 일말의 양심이 제동스위치 역할을 하게 된 근간에 와선 많이 희석된 것으로 보입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611270726471&code=940100
그런데 이번의 마광수 교수는 그런 자신의 이미지를 이용해서 '문화전사'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더군요. 인터뷰를 보면 알겠지만 '나도 문화적으로 기여한 사람, 한류소설로서의 [즐거운 사라], 계몽자의 입장에 설 것' 등등의 얘기를 하는 걸 보면, 여전히 소심하긴 하지만 자신의 행적에 대한 당당함과 그것을 이용하려는 썩 교묘하지만은 못한 의도가 묻어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너무 당당하고 노골적(마치 그의 작품들처럼)이다 보니 전략적으론 별로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지만요.
그리고 캐나다 영어강사 사건이 있군요. 마광수 사건의 주체가 남성이었지만 이 사건의 주체는 여성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마광수 교수의 한 다리 건너 하는 점잖은 음란행위가 아닌 훨씬 직접적이고 적극적이었으며 절박했던 주체행위였다는 점에서, 그리고 마광수 사건과는 파장의 크기와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의 면모, 그리고 그 매체 접촉의 강렬함에서의 차이 때문에라도 여러 모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제도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 두 사건은 공통점을 가지지만 그것이 소비되는 양상은 사건 당사자의 성별만큼이나 많이 다르지요.
사실 생각해보자면 이걸 찾아내서 일러바쳤다는 고등학생이란 놈도 어지간한 놈이란 생각이 들지만 일단 그 진정성은 당최 파악할 수가 없으니(개인적으로는 당연히 부정적입니다만) 일단 제쳐두고, 현상만으로 보자면 이번 사건 또한 일군의 페미니스트들의 분노를 자아냄과 동시에 이 남성위주 사회에 대한 혐오감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일단 각 포털에 올라오는 상당히 정확한 당사자에 대한 정보만 봐도 그렇고, 동시에 당사자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면모 또한 마광수 때와는 다른, 소위 '창녀론'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뮨이죠. 인터넷 댓글이 그 모양인 건 한두해 일도 아니니 진정성을 알아먹기 힘들다는 점에서(저 고등학생의 짐작 불가능한 신고게시물에 대한 의도파악처럼) 무시한다손 치더라도, 그녀가 마광수처럼 '문화전사'로 커밍아웃하여 아예 본격적으로 그 제도가 짜놓은 진탕 속으로 뛰어들 생각이 없는 이상, 상업 이외의 목적으로 동영상과 사진들이 유통되면서 순수하게 포르노 자체가 아닌 개인에 대한 공격적인 담론이 형성된다는 것 자체가 우회한 폭력행위라고 생각이 들 것입니다(그런데다 그녀는 직업도 잃었습니다). 물론 그녀 본인도 문화전사로 행세하고픈 생각은 없을테구요. 이건 자각한 척만 했었을 뿐 이해하진 못했었고 여전히 조심스러운 백지영의 사례를 보아서라도 썩 가망은 없는 얘기기도 합니다. 차라리 그녀의 본래 의도대로 그것들이 철저하게 비즈니스적으로 거래라도 된다면 모를 일이지만 대한민국은 아직 공식적으론 포르노가 불법이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요 몇 일간 그녀의 동영상을 한점이라도 볼려고 자판을 두드렸을 인터넷구성원들의 열광과는 상관없이 그녀에겐 땡전 한 푼 안 들어올 상황이지요. 인식적인 형태로든 금전적인 형태로든 그녀는 한국사회에서 지독한 폭력을 감당하고 있는 중인 겁니다.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습니다만 때되면 터져나오는 이런 비슷비슷한 에너지낭비 사건들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는 이미 예전부터 답이 나와 있습니다만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모양입니다.... 세계에서 인터넷 케이블이 가장 많이 깔린 나라에서, 완전 눈가리고 아웅이지만요.
뭐 저로선 여자들이 문화영화에 나오는 숫컷의 상판, 성기 크기를 씹거나 체위의 빈한함, 테크닉의 지루함 등을 확확 까버리는 그런 논의가 '처녀들의 저녁식사' 때외에도 종종 있었으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가끔씩 합니다만, 일단 현재 우리나라에 퍼져있는 대부분의 포르노의 시선 자체가 남성 위주인 탓에 그런 논의가 발생할 건덕지를 별로 마련 못하게 하고 있기도 하거니와.....
그런 게시판이 있어서 거기서 놀면 그것 또한 '잠재적 폭력을 담은 남근적 시선'이라고 비난 받을... 까요?






그나마 우리나라에서 그런 얘기들이 이뤄지는 동네라면 소비풀이 확실하게 잡힌 덕에 가장 활발한 쪽이 이쪽인데.... 굳이 이런 얘기나 할려고 처녀들의 저녁식사에 초대받고픈 생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