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순이 언니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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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일고 내게 든 최초의 감정은 감동 이전에 공감이었고, 진한 그리움과 추억이었습니다. 우리 집에도 식모라고 총칭되던 일 돕는 언니가 있었습니다. 그 중 한 언니는 오래오래 있었지만 한 언니는 시골집 몰래 올라왔다가 오빠에게 들켜서 끌려내려갔었습니다. '할 짓이 없어서 식순이 짓을 하느냐' 라는 말과 함께...

아주 어렸을 때 일,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그 때 일이지만 어린 마음에 단지 친한 언니, 착한 언니가 사라져서 슬프기만 했던 그 때의 일이, <봉순이 언니>를 보는 순간 눈앞에 고스란히, 현재 진행형처럼 펼쳐져 버렸습니다.

비록 우리 집에서는 이 언니처럼 도둑 소동은 없었지만 이웃집에서 뒷집에서 수없이 들려왔고 어느 집에서는 아이를 끓는 물속에 빠뜨렸다가 식모 언니가 목을 매기도 했다지요.

저 역시 신림5동에서 살면서, 개중 잘 산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었고(그렇다고 요새처럼 지독한 건 아니었지만), '언니'와의 아픈 이별의 기억이 있기에 저는 이 극중의 <나>에게 글자 그대로 자기 대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역사의 뒤안길, 지금은 사라져버린 그 옛날의 수많은 봉순이 언니들.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슬픈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그 '나'가 커서 겪었던 <죄책감>까지, 똑같이 겪었던 나였기에... 이 소설은 단순한 소설이 아닌 나의 자전적 이야기로까지 치환됩니다.

아련한 이야기.... 아련한 추억.... 슬펐던 우리네의 20년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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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양귀자 지음 / 살림 / 199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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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정갈한 문체는 이 책을 10번을 읽은 지금도 내 눈을 즐겁게 하며 읽는 맛을 주고 있는 책 <모순>.

주인공 진진의 말마따나 20대 처녀의 현실적인 고민이 꼭 사회적 진출만은 아닐 것이다. 그녀처럼 결혼을 돌파구로 삼는 사람 또한 분명히 있다. 그것을 구닥다리니 시대 착오니 몰아붙이지 않고 진지하게 다뤄준 작가에게 먼저 감사한다.

같은 뿌리를 가진 두 쌍둥이 자매의 각기 다른 삶을 통해서 삶의 모순을 그려내려고 했던 작가의 의도는 멋지게 성공했다고 본다. 같은 여성으로서, 같은 20대로서 나는 진진의 고민에 진하게 공감했고 그녀의 아픔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설령 내가 지금 그녀와 다른 고민에 빠져 있을지언정. 누구나 그녀처럼 갈림길에서 고민하지 않을까. '내 어머니처럼 살지 않겠다'는 수많은 여성들은 모두다 진진의 또다른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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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망가져도 고!
김지룡 지음 / 글로리아출판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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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부터 김지룡씨의 책은 즐겨 읽었고, 이번 책 역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사회적 삶, A급 삶을 철저히 조롱하고 비웃으며 진정으로 자신의 삶을 즐길 수 있는 삶인 B급 삶을 권하는 작가의 논조는 개인과 사회의 관계, 소외된 약자에 대한 사회의 책임에 대한 언급은 전혀 되어 있지 않아 다소 아쉽긴 하지만, 어차피 오늘날은 <누가 내 치즈를 옮겼는가> 등으로 대변되는 개인의 무한 책임 사회이다. 사회를 탓하며 속을 끓이기 보다는 그 안에서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며 즐기라는 작가의 말은 귀담아들을 가치가 있다. 특히 '최선을 다하면 후회한다, 대충대충 해라'라는 대목에서는 기존 가치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신선함을 느꼈다.

전체적으로 무척 재미있게 술술 읽히면서도 뼈대를 잊지 않는, 진정한 <당의정 철학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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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 니와반 1
미주호 모리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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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상식을 깨는 '순정' 만화도 드물 것이다. 주인공들의 직업은 더럽기 짝이 없는 '청소부', 그들이 닦는 것은 지저분한 '악'이 아니라 '쓰레기' 그 자체이며 사람들의 '때', 비유적 의미가 아닌 글자 그대로의 '때'이다. 일본 전래의 닌자 집단 '오니와반'을 절묘하게 비튼 이 설정만으로도 깨는데, 이 만화는 개그의 미덕을 십분 살리고 있다. 가장 근사하게 생긴 장남 다츠미 소오는 가장 망가지는 캐릭터로 무너지고, 가장 순수한 청년 사쿠라 역시 같은 말로를 겪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이 그치지 않는 포복 절도의 만화랄까. 깨는 순정만화를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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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속은 비었다 1
야마다 유기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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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다 유기가 야오이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꽤 인기가 있는듯 하지만 나로서는 그 매력을 잘 모르겠다. 그림이 일단 취향이 아니니까;; 하지만 스토리 면으로 볼때, 이 사람은 일상성을 제법 잘 캐치해내는 미덕을 지닌 것 같다. 물론 진짜 생활적인 일상성은 아니고 다소 환상이 가미된 야오이적 일상성이지만, 진짜로 비현실적인, 이름만 현대인 환타지 야오이가 난무하는 속에서, 이 정도의 차분한 현실 감각은 꽤 돋보인다. 표제작인 냉장고 속은 비었다 시리즈는 잔잔한 느낌이 돋보이는 괜찮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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