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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순이 언니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일고 내게 든 최초의 감정은 감동 이전에 공감이었고, 진한 그리움과 추억이었습니다. 우리 집에도 식모라고 총칭되던 일 돕는 언니가 있었습니다. 그 중 한 언니는 오래오래 있었지만 한 언니는 시골집 몰래 올라왔다가 오빠에게 들켜서 끌려내려갔었습니다. '할 짓이 없어서 식순이 짓을 하느냐' 라는 말과 함께...
아주 어렸을 때 일,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그 때 일이지만 어린 마음에 단지 친한 언니, 착한 언니가 사라져서 슬프기만 했던 그 때의 일이, <봉순이 언니>를 보는 순간 눈앞에 고스란히, 현재 진행형처럼 펼쳐져 버렸습니다.
비록 우리 집에서는 이 언니처럼 도둑 소동은 없었지만 이웃집에서 뒷집에서 수없이 들려왔고 어느 집에서는 아이를 끓는 물속에 빠뜨렸다가 식모 언니가 목을 매기도 했다지요.
저 역시 신림5동에서 살면서, 개중 잘 산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었고(그렇다고 요새처럼 지독한 건 아니었지만), '언니'와의 아픈 이별의 기억이 있기에 저는 이 극중의 <나>에게 글자 그대로 자기 대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역사의 뒤안길, 지금은 사라져버린 그 옛날의 수많은 봉순이 언니들.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슬픈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그 '나'가 커서 겪었던 <죄책감>까지, 똑같이 겪었던 나였기에... 이 소설은 단순한 소설이 아닌 나의 자전적 이야기로까지 치환됩니다.
아련한 이야기.... 아련한 추억.... 슬펐던 우리네의 20년전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