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스펜서 존슨 지음, 이영진 옮김 / 진명출판사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출판사의 상술인지. 쓸데없이 하드커버에(책은 별로 예쁘지도 않으면서) 휑한 편집. 적은 글자수에 비해 책값이 비싸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하기사, 책값이라는 건 내용이 좋으면 상관없는 것이겠지요. 하루하루가 위태한 프리랜서이기에 직장인들처럼 애당초에 고정된 치즈가 없었던지라, 항상 쫓기듯이 불안해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저만 그러는 게 아니라서 좀 안심이 된달까요. 아니 정확하게는, 원래 세상은 변하는 것이고 그래서 적응하기 위해서는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것을 활자로 보고 위안을 얻었다는 느낌입니다.하지만...... 책임을 개인에게만 전가시키는, 신경제주의의 시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서 약간은 씁쓸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퓨처 워커 1 (반양장) - 미래를 걷는 자 퓨처 워커 1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1999년 7월
평점 :
품절


전작 드래곤 라자에 비해 악평이 꽤 많은 편입니다. 끝이 황당하다는 것이고, 저 역시 그런 비난에 대해서 뭐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 저도 황당했으니까요. 작가분이 그렇게 쓰겠다는데야 할말은 없지만...그러나, 다소 황당한─누구 말에 따르면 열린 결말이라지만─결말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제가 수십번을 읽고 또 읽은 까닭은, 재미있기 때문일 겁니다. 1권부터 7권까지 읽는 내내, 페이지가 닳는 것을 너무나 아쉬워하면서 읽었으리만치, 글을 읽는 그 자체의 재미가 탁월하기 때문입니다. (...단, 정말로 새털처럼 가벼운 킬링 타임용의 판타지를 원하는 분에게는 재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시간>이라는 주제는 꽤 열심히 생각해가면서 읽어야 이해가 가거든요)

한번 읽고 황당하다고 생각하신 분들은, 한번 더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이번에는 스토리의 흐름은 다 알고 계시니, 그 파악에 급급하지 않고 글 한줄 한줄에 배어있는 재미를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폴라리스 랩소디 1 (반양장) - 제국의 공적 제1호 폴라리스 랩소디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통신에 연재될 당시, 올라오는 시간마다 좀비처럼 하이텔을 배회하게 만들었던 소설입니다. 그리고 한 회가 올라오면 읽어가면서 앞으로 읽을 양이 줄어드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지요. 이 소설은 재미있습니다. 그 한 가지 미덕으로도 충분할진데, 이 소설은 탁월한 깊이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드래곤 라자 때부터 시작된 我와 他의 관계에 대한 심도있는 고찰,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

특히나 我와 他의 관계는 드래곤 라자 때의 '인간은 단수가 아니다'에서 한층 진보하여
<자유>와 <복수>로 승화되고 있지요. 과연 인간에게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 나와 타인의 관계 속에서 자유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어떻게 보면 무거운 주제를 이토록이나 다양하고 재미있게, 흥미진진하여 뒤를 보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작가의 놀라운 능력은, 정말이지 존경스럽습니다. 빨리 다음 장편도 보고 싶습니다. 언제 내 주시려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드래곤 라자 1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1998년 5월
평점 :
절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읽고 좋아하고 경탄하고, 수많은 추종자들을 만들어낸 작품이지요. 저 역시 그 추종자 중의 하나이며 드래곤 라자를 정독해서 읽은 것은 50번도 넘을 거고 짬짬히 읽은 건 그 두배는 될 겁니다. 벌써 5년동안 줄기차게 읽어왔으니까요. 그렇지만 지금 읽어도 드래곤 라자는 재미있습니다. 언제 읽어도 읽는 맛이 새록새록 납니다. 드래곤 라자가 담고 있는 주제 의식도 훌륭하지만 그런 게 없더라도 작가의 글솜씨 그 자체가 너무나 맛깔스럽거든요.

그러면서도 끝까지 일관되게 추구하는 주제─我와 他의 관계─는 너무나 선명하여 독자의 뇌리에 깊숙이 파고듭니다. 아, 바꾸어 말할까요. 주제 의식을 맛깔스럽게 조리하는 당의정 입히는 솜씨가 장난이 아니랄까요. 작가 이영도님은 정녕 글의 장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정도로 완벽한 판타지가 한국에 또 있을까요. 재미, 캐릭터의 매력, 주제 의식, 문체의 맛깔스러움, 놀라운 구성력,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명작 중의 명작. 판타지의 입문서로 누구나 한번쯤 거쳐야 할 필독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이어드 1
김상현 지음 / 마술램프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아직 출판은 2권까지밖에 안 된 모양이지만 온라인으로 끝까지 읽은 사람으로서 몇자 적어봅니다. 처음 딱 읽었을 때 느낀 것은, 요즘 세태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 전 우주의 온갖 종족이 어울려 사는 미래 사회. 하지만 스타워즈 같은 가볍고 경쾌한 작품이 아닌, 블레이드 러너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무겁고, 어둡고, 사회 비판적입니다. 개인적이고 가볍고 말초적이고 세련된 것을 좋아하는 요즘 세태에겐 정말 맞지 않는 진중한 작품이군요. 고전 SF를 보는 듯 합니다. 덕분에 요즘 세상에 잘 팔릴 책은 아니어 보입니다만, 진지한 독자들이라면 오랜만에 손에 잡는 멋진 작품이 될 것입니다.

일단 사회 풍자적 요소. 락벳 전쟁은 마치 베트남 전쟁을 연상시키며 그것의 의미를 파헤치고 있습니다. 인간보다 강력한 종족인 로즈웰 레이스가 휴먼 레이스(우리 지구인들입니다)를 용병으로 고용하여 비슷한 종족인 락벳 인들과의 전쟁에 투입하는 것, 보수에 눈이 어두워 전쟁에 참가하는 휴먼 레이스, 그러나 전쟁이란 결국 비참한 것이라는 것, 그리고 침략자인 로즈웰 레이스와 휴먼 레이스가 결국은 락벳 인들에게 패퇴당하는 것.
그리고 전후, 휴먼 레이스들의 행성인 어스의 모습은, 전쟁 특수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사회상에서 결국은 군인 쿠데타로 넘어가 버리는, 칠레와 한국, 온갖 제 3세계 국가들에서 숱하게 일어난 일들을 차분이 되짚고 있습니다.

이 작품이 쉽게 삼킬 수 없는 쓴 약처럼 느껴지는 것은 통쾌함이 없기 때문일 겁니다.
주인공 메이런, 아이라, 그 외의 모든 인물들은 유능한 인물들이지만 그들 개개인의 힘으로 어떻게 바꾸기에는 사회라는 벽은 너무나 견고합니다. 그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지만 결국 희망은 없는 디스토피아의 세계, 그것이 하이어드가 그려내는 행성 어스의 미래이지요.

놀라운 것은 모택동의 옛말까지 인용하여 싸우는 이들의 행동은 결코 교조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작가의 놀라운 역량의 승리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들의 행동에는 그만한 동기와 전제, 과정이 부여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결코 전형적이지도 평면적이지도 않습니다. 우리 개개인이 그 시대에 던져졌다면 바로 이렇게 고뇌하고 힘들어하고 방황했을, 그런 이들의 너무나도 필사적인 싸움이기에─내면의 싸움이건 사회와의 싸움이건─, 우리는 이들의 힘들고 고달픈 삶을 보면서 외면하고픈 생각마저 드는 것이겠지요.

하물며 그들이 살고 있는 먼 미래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이 부조리한 세상과 다를 바가 없음에야. (우주적 배경에 현대 사회의 풍자를 절묘하게 섞어넣는 작가의 솜씨에 경의를 표합니다) 너무 무겁긴 하지만, 진지한 작품을 읽어보고자 하시는 분들에게 꼭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