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양장)
이케다 가요코 구성, C. 더글러스 러미스 영역, 한성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신문에서 하도 격찬을 해서 읽어보았습니다만...정말로, 뭔가 여운이 남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의 여운이 정말로 오래 남는 것은 그 여운이 <사실>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일 겁니다. 그러니까, 요새 유행하는 동물 사진에 재치있는 멘트를 하나씩 덧붙인 그런 책들은, 느낌은 좋더라도 그것이 어디까지나 인간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는데 반해, 이건, 그냥 사실만을 담담하게--뭐, 간혹 감정을 돋우는 단어들이 안 들어가는 건 아니지만--서술하면서도, 어떤 설교도 없이 그냥 사실만을 담담하게 말하면서도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정말 좋았습니다.

세상의 52명은 남자, 48명은 여자, 30명은 아이 70명은 어른... 그렇게 평범한 사실에서 시작하는 책은 곧이어 컴퓨터를 가졌고 대학을 나오고 집을 가졌으며 출판, 결사, 언론의 자유를 비교적 부담없이 누릴 수 있는 나라에 태어났고, 강간과 폭행의 위협에서 자유롭고...그러한 나는 전세계에서 100명 중 1명 꼴도 제대로 존재하지 않는 복받은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오늘 이 책을 읽음으로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하늘에 감사할 일이구나... TV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몇위다 하는 걸 우습게 여겼는데 결코 그렇게 볼게 아니구나...

생각보다 그림(삽화)이 적어서 좀 아쉬웠습니다만, 정말로 오랜 여운을 주는 멋진 에세이였습니다. <사실>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깨닫게 해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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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저택 - Akiko Hatsu 우수단편시리즈 7
하츠 아키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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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작가분의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을 너무 좋아해서, 기대가 좀 컸던 탓인지, <세상이...>보다는 조금 재미가 덜했습니다. 비슷한 소재인데도요. 굴곡이 적달까... 너무 평이하달까. 하지만 캐릭터는 마음에 드는군요. 얼빵하고 귀여운 어니스트, 속을 알 수 없는 로렌스. 그리고 엄청 특이한 단편 고양이 아빠! 고양이 요괴를 비롯, 구미호 날다람쥐 요괴 등등이 섞여 사는 <학원물>이라니, 정말 설정만으로도 엄청 유쾌하게 웃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수준작입니다. 다만... 저처럼 기대를 너무 하고 보진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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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심혜진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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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단편집 보고 심혜진 씨를 다시 보았습니다. 아마 제일 시기적으로 이른 것이 워터 스트리트가 아닐까 싶은데, 솔직한 개인적 바램이라면 이것도 마하가 그냥 남자로 변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지막의 개그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이 책을 관통하는 느낌은 '사그러짐'의 미학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주 절제되고 건조한... 그 속에서 엇갈리는 사람들의 마음.

그 엇갈림이 가장 극명하게 표현된 작품이 표제작인 <거짓말>이지요. 이 짧은 단편에 언해피 야오이의 모든 정수가 집약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빚에 팔려온 소년, 그리하여 그는 악덕 사채업자로 추정되는 젊은 사장을 쏘아죽이고 말지만...사실, 진실은 그것이 아니었지요....

무엇보다도 이 작품을 빛나게 하면서 모든 정서를 가장 효과적으로 압축, 마무리짓는 것은 맨 마지막장, <나는 도망친다. 그러면 그는 쫓아온다>라는 멘트였습니다. 이 페이지가 없었다면 이 단편은 그저 평범한 언해피물로 그쳤을 텐데요. 보시면 아실 거예요, 얼마나 건조하면서도 가슴을 치는 마지막장인지...전국에 있는 야오이 팬들에게 자신있게 추천하는 명단편선.일본에 수출했으면 좋겠습니다. (와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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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트 콜링 1
시노하라 우도 지음, 고현진 옮김 / 시공사(만화)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비방하려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처음에 이 책의 역자가 <고현진>이라는 것을 보고 망설였습니다. 제 기억이 정확하다면 이 분이 번역한 은영전 만화책에서 이름이 상당수 우습게 번역되었던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래도 어쨌건 정식판이고, 제가 갖고 있는 해적판보다는 종이질이 좋을 테고, 해적판에서는 무엇보다도 인쇄가 한 페이지 잘못 뒤바뀐 부분이 있다는 치명적 결함이 있어서 라이센스판으로 새로 장만하기 위해 구입했습니다만....

지금 저의 생각을 말하라면, 괜히 샀다는 생각. 사실 우리가 번역을 볼 때, 내용의 오역은 흐름에만 잘 뒤섞여 있다면 잘 모릅니다. 유명한 오역으로 고스트 바둑왕에서 '각성'을 '반성'으로 썼다는 예도 있지만, 어쨌건 그런 건 사실 그리 눈에 띄지 않습니다. 문맥에만 맞는다면. 하지만 호칭은 눈에 띕니다. 그건 사물에 부여된 고유한 이름이니까요.

이곳에서는 거슬리는 호칭이 여럿 나옵니다. 대표적인 것은 수퍼 컴퓨터의 이름인 <파자>. 일본어를 조금만 해본 사람이라면, [파자]란 영어 [파더]의 일본식 표기라는 것을 압니다. 내용상으로도 이 컴퓨터의 이름은 [파더]가 맞고요. (흔히들 말하는 '마더'컴퓨터의 대응되는 개념으로 보이거든요) 그런데 '파자 파자' 하고 있으니, 읽으면서 내내 죽을 맛이었습니다.

그리고 '와이트필드'라는 말이 나옵니다만...물론 white 의 발음은 '와이트'가 맞습니다. 미국식으로 하자면요. 하지만 그것을 한국말로 표기할 때는 영어학원에서 배우는 게 아닌 한 <화이트>로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그걸 굳이 <와이트>라고 표현한 것도 꽤 어색했고요.

또한가지, 이건 개인적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아케시아와 알렉스 블루필드 시바의 사이는 아무리 봐도 '너'라고 할만한 사이입니다. 물론 일본어에서 여성어 <あんた:anta>는 상황에 따라서 '너'라고도 '당신'이라고도 번역될 수 있겠지만, 이 경우에는 '너'라고 번역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일본 여성어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우리나라의 '너'와 비교적 정확하게 대응되는 'おまえ:omae'를 쓰지 않고, 이 '안따'라는 표현이 '너'에 해당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봐도 대등한 친구사이로 보이는 아케시아와 시바인데, 아케시아가 내내 '당신' '당신' 하고 있으니 그것도 꽤 껄끄럽더군요... 뭐, 물론 이건 개인적 취향 문제이니 흠잡을 이유가 될 수 없을지 모르겠지만요. (그래도, 해적판에서의 <류드란> 발음에 익숙해지다보니 여기의 <류도란>은 어색해보인다던가 하는 건... 정말 개인적으로 어쩔 수 없었다;)

유일하게 해적판보다 잘했다고 느낀 곳이라면, 해적판에서는 엉뚱하게 번역되었던 단어인 '아이덴티티'를 그냥 그대로 표기해준 것입니다. 하지만 이건 일본어로 아이덴티티라고 쓰인 것을 그대로 직역한 것일테니 딱히 번역자의 센스가 뛰어나다고 할 순 없는 일이지요.에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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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없다 1
전여옥 지음 / 푸른숲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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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도서출판 푸른숲 사이트에 가서 써야 할 문제겠지만, 이상하게 그 사이트에 가니까 독자 참여란이 하나도 없더군요. 이메일 어드레스도 안 보이고....그래서 그냥 여기서 씁니다. 다소 황당한 부분이라서, 어디다가 한마디해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아서.

1. 이지메
이지메는 <いじめ>입니다. 그런데 191페이지에는 두번에 걸쳐 <いじぬ>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이지누'로 명백한 오자인데 이렇게 나왔더군요.

2. 정사
230페이지에 이런 대목이 나오죠. <'조난인가 정사인가?' 등등 일종의 묘한 호기심으로 기사를 써댔다>그런데, 여기서 '정사'에 대한 부연 설명이 하나도 없더군요. 여기서 쓰인 정사는 情死로, 사랑하는 사람들끼리의 동반자살을 가리키는 것 같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서 '정사'라고 하면 보통은 성행위를 가리킵니다. 아니면 정치던가. 국어사전에 情死가 나오지 않는 건 아니지만 거의 쓰이지 않는 말이지요. 그런데 그냥 이렇게 덜렁 나와버리면, 그것도 한자도 없이 덜렁 한글로만 나와버리면, 독자들은 헷갈립니다. 우리나라에서 잘 쓰지 않는 말이니까요.

저자는 기자라면서, 잘 쓰이는 말과 쓰이지 않는 말을 헷갈린 건지, 일본에 오래 살다보니 언어 감각이 미묘하게 어긋난건지 알 수는 없지만, 그렇다면 편집부 차원에서라도 잡아줘야 하는 문제 아닐까요. 푸른숲에서 나온 <일본은 없다 1>은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을 다시 받아서 출판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개정판을 내면서 이런 소소한 오류가 계속 남아있다니 좀 한심합니다.

오랜만에 다시 읽어본 책입니다만, 다소 형평 감각이 결여된 책이라는 느낌입니다. 모든 한국인이 정이 많고 따뜻한 사람이 아니듯이 모든 일본인이 다 쌀쌀맞고 겉마음 속마음이 다른 사람은 아닐텐데요.가령 우리나라 사람이 일본에 가서 고생하는 것도 맞지만, 우리나라 사람이 국내 동남아인들에게 하는 짓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지메는 오늘날 왕따라는 이름으로 한국 사회에서 번창하고 있고요. (물론 이 책을 쓸 당시에는 왕따 현상이 없었다지만, 결국 우리나라 사람들도 '그런 싹수'가 있었던 민족이라는 소리밖에 더 됩니까. 이 책의 논법에 의하면.) 한 사회의 어떤 안 좋은 점만 지독하게 부각시키면 남의 뒷다마까듯 통쾌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 자신에게도 별 도움이 안 되지 않을까요. 적어도 지금 이곳에 나와 있는 일본인들의 추한 모습 중에서 많은 부분이 오늘날 우리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이 때에는.

하긴, 10년전에는 필요한 책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일본에게 괜시리 주눅들어있던 그 때에는요. 하지만 오늘날 일본이 몰락하고 있고, 이 책에서 우리나라의 장점으로 부각되었던 <넓은 집> 문제도 폭등하는 부동산 앞에서 점점 멀어져가며 전국에 루이뷔통 핸드백이 깔리고 신용카드 파산이 줄을 잇는 이 시점에서는,이 책의 가치는 '아, 10년전에 그랬구나'의 의미 정도로 남을 것 같습니다. 일종의 사료(史料)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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