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없다 1
전여옥 지음 / 푸른숲 / 1997년 7월
평점 :
품절


사실은 도서출판 푸른숲 사이트에 가서 써야 할 문제겠지만, 이상하게 그 사이트에 가니까 독자 참여란이 하나도 없더군요. 이메일 어드레스도 안 보이고....그래서 그냥 여기서 씁니다. 다소 황당한 부분이라서, 어디다가 한마디해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아서.

1. 이지메
이지메는 <いじめ>입니다. 그런데 191페이지에는 두번에 걸쳐 <いじぬ>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이지누'로 명백한 오자인데 이렇게 나왔더군요.

2. 정사
230페이지에 이런 대목이 나오죠. <'조난인가 정사인가?' 등등 일종의 묘한 호기심으로 기사를 써댔다>그런데, 여기서 '정사'에 대한 부연 설명이 하나도 없더군요. 여기서 쓰인 정사는 情死로, 사랑하는 사람들끼리의 동반자살을 가리키는 것 같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서 '정사'라고 하면 보통은 성행위를 가리킵니다. 아니면 정치던가. 국어사전에 情死가 나오지 않는 건 아니지만 거의 쓰이지 않는 말이지요. 그런데 그냥 이렇게 덜렁 나와버리면, 그것도 한자도 없이 덜렁 한글로만 나와버리면, 독자들은 헷갈립니다. 우리나라에서 잘 쓰지 않는 말이니까요.

저자는 기자라면서, 잘 쓰이는 말과 쓰이지 않는 말을 헷갈린 건지, 일본에 오래 살다보니 언어 감각이 미묘하게 어긋난건지 알 수는 없지만, 그렇다면 편집부 차원에서라도 잡아줘야 하는 문제 아닐까요. 푸른숲에서 나온 <일본은 없다 1>은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을 다시 받아서 출판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개정판을 내면서 이런 소소한 오류가 계속 남아있다니 좀 한심합니다.

오랜만에 다시 읽어본 책입니다만, 다소 형평 감각이 결여된 책이라는 느낌입니다. 모든 한국인이 정이 많고 따뜻한 사람이 아니듯이 모든 일본인이 다 쌀쌀맞고 겉마음 속마음이 다른 사람은 아닐텐데요.가령 우리나라 사람이 일본에 가서 고생하는 것도 맞지만, 우리나라 사람이 국내 동남아인들에게 하는 짓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지메는 오늘날 왕따라는 이름으로 한국 사회에서 번창하고 있고요. (물론 이 책을 쓸 당시에는 왕따 현상이 없었다지만, 결국 우리나라 사람들도 '그런 싹수'가 있었던 민족이라는 소리밖에 더 됩니까. 이 책의 논법에 의하면.) 한 사회의 어떤 안 좋은 점만 지독하게 부각시키면 남의 뒷다마까듯 통쾌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 자신에게도 별 도움이 안 되지 않을까요. 적어도 지금 이곳에 나와 있는 일본인들의 추한 모습 중에서 많은 부분이 오늘날 우리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이 때에는.

하긴, 10년전에는 필요한 책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일본에게 괜시리 주눅들어있던 그 때에는요. 하지만 오늘날 일본이 몰락하고 있고, 이 책에서 우리나라의 장점으로 부각되었던 <넓은 집> 문제도 폭등하는 부동산 앞에서 점점 멀어져가며 전국에 루이뷔통 핸드백이 깔리고 신용카드 파산이 줄을 잇는 이 시점에서는,이 책의 가치는 '아, 10년전에 그랬구나'의 의미 정도로 남을 것 같습니다. 일종의 사료(史料)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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